경기 악화와 휘발유값 상승 등의 여파로 불법 석유유통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짜 휘발유를 만들어 팔거나 땅 속을 지나는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훔치는 등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이는 휘발유값 상승과 함께 경기침체로 불황이 지속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고 한탕주의가 만연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한국석유품질관리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634건이던 유사석유 판매사업자 적발 건수가 지난해 836건으로 31.9% 급증했다. 적발된 주유소나 대형사업장도 지난해 462곳으로 2007년의 338곳에 비해 36.7%나 증가했다.
지난해 적발된 유사석유제품은 휘발유가 114건, 중유 104건, 경유 568건, 석유대체연료 30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휘발유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석유제품의 가격이 지난해부터 급등하면서 유사석유판매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판매사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석유품질관리원은 최근 75곳의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경기도 포천지역의 A 주유소가 이중 탱크 리모콘 조작으로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다가 단속팀에 의해 적발돼 관할 경찰서인 포천경찰서에 인계하기도 했다.
아울러 송유관 도유(盜油) 사건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송유관공사에 따르면 2005년 1건이던 송유관 기름 절도 사건이 2006년 15건, 2007년과 2008년 각 31건으로 급증했다.
검거된 도유범도 2006년 18명에서 2007년 36명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41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 7명이 검거됐고, 1명은 도유를 시도하다 사망하기도 했다. 도유된 기름은 대부분 주유소 등을 통해 재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사석유제품이나 도유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국제유가 급등과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 실업률 증가, 한탕주의 만연 등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불법 석유제품 유통이 늘어나면서 유사석유제품 제조, 도유 판매 등의 형태도 점차 조직화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전문 도유범 10명 이상이 모텔을 임대해 지하터널을 뚫고 도유를 시도하는 등 기업형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석유품질관리원과 송유관공사 등 관련 기관에서 순찰시스템을 강화하고 과학적인 감시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또 소수 인력으로는 불법 사례를 확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석유품질관리원의 경우 석유제품 유통규모와 불법유통의 형태 등을 감안할 때 약 100여명 이상의 전담인력과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다.
아울러 가중처벌 조항을 만드는 등 사회적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유사석유제품 판매나 도유 등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 이들이 풀려난 후 다시 범조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범행을 저지르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사석유 및 도유 제품들이 주유소를 통해 확산된다는 점에서 향후 석유제품 주문량 변동폭이 큰 곳 등을 예의주시해 이러한 제품이 근절될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