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우크라이나 침공' 푸틴 정신이상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

입력 2022-03-04 11:14 수정 2022-03-0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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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웃통을 벗고 휴가 즐기는 사진을 공개해오며 ‘스트롱맨’ 면모를 과시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근 그의 행동이 이상하다. 동족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것도 모자라 핵 카드를 꺼내 국제사회를 위협하는가 하면 군사 거점은 물론 민간인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미쳤다” “정신이 이상하다” “망상에 빠졌다” “판단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2018년 크렘린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여름 휴가 사진.
▲2018년 크렘린이 공개한 푸틴 대통령의 여름 휴가 사진.

◇"푸틴 정신을 분석하라"

급기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정신상태 분석을 최우선 과제로 지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정보기관을 인용해 “푸틴이 고립돼 우크라이나 제압 어려움이나 비용에 대해 진실을 전하지 않는 소수 측근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망상에 빠져 쫓기면 폭발할 위험이 있는 지도자”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정부가 푸틴의 행보에 불안해하는 이유 중 하나가 핵에 대한 언급이다. 푸틴은 지난달 27일 핵 전력을 포함한 군의 핵 억지부대에 임무 수행을 위한 고도경계태세로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일 이후 군사작전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푸틴의 정신상태에 대한 의심을 키운다. 당초 비행장이나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등 군사 거점이 주된 표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학교와 병원, 주택 등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공격이 확산하고 있다. 전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동요하고 있다. 그의 통찰력과 균형감각이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8년 2월 27일 성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225주년 기념식에서 러시아 오페라 가스 안나 네트레브코에게 러시아 인민예술인상을 수여한 뒤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네트레브코는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A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08년 2월 27일 성 마린스키 극장에서 열린 225주년 기념식에서 러시아 오페라 가스 안나 네트레브코에게 러시아 인민예술인상을 수여한 뒤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네트레브코는 푸틴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AP연합뉴스

◇벼랑 끝 푸틴, 못할 게 없다

푸틴을 압박하는 요인은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들이 발동한 러시아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로 보인다. 러시아 주요 7개 은행을 국제은행간 통신협회(SWIFT)에서 퇴출하고, 미국은 러시아 최대 은행인 즈베르방크 등의 달러 거래를 금지했다. 여기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도 동결, 러시아 경제는 루블화 폭락화 외화 고갈로 벼랑 끝 신세다.

CNN에 따르면 미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정리한 보고서에서 “푸틴이 제재에 대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불균형한 반응이라고 격노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선 “격노한 것처럼 보이게 해 제재를 완화시키도록 정보를 흘려보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부진도 푸틴의 불안 요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당초 예상한 대로 속전속결로 끝나지 않은 점도 푸틴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이 러시아의 예상보다 강하다”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48시간 이내에 붕괴할 것’이라고 본 미국 당국의 예측도 뒤집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은 푸틴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으려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이번 주 예정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오해 소지가 있는 행동을 취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자세는 1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도 나타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군은 러시아군과의 분쟁에 관여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에서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의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유럽에 간다”고 일부러 언급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우크라이나에 병사를 보낼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도심 빌딩에서 소방대가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을 당한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 도심 빌딩에서 소방대가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민간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카다피급 전범될까'도 우려 요소

푸틴이 나토를 적시하는 이유로는 자신이 2011년에 사망한 리비아 최고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와 같은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카다피는 리비아를 40년 넘게 철권통치하다가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때 나토군의 지원을 받은 리비아 반체제파의 공세로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리비아에서는 2011년에 비행금지공역을 마련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나토에 자국 상공을 비행금지공역으로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나토는 신중하다. 분쟁 시에는 공역에 침입하는 비행기도 공격 대상에 포함돼 러시아와의 전면전으로 발전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우크라이나 내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다. ICC는 전쟁범죄와 반인륜범죄, 학살(제노사이드), 침략 행위 등의 관련자를 처벌하는 법정이다. ICC의 조사 대상 시기는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력 병합하기 전인 2013년 11월부터 현재까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이번 우크라이나 민간인 20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과거부터 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난다. 러시아, 더 나아가 푸틴도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와 같이 ‘전범’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옛 소련의 정보기관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으로 ‘하드타깃’이라 불리는 푸틴의 속내를 분석하는 건 쉽지 않은 만큼, 미국과 유럽의 정보능력도 큰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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