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시설은 최악이고, 판정은 미쳤다”…도 넘은 중국 텃세에 선수들 '뿔났다'

입력 2022-02-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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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트트랙 대표 박장혁(스포츠토토)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쇼트트랙 대표 박장혁(스포츠토토)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빙질이 계속 변한다.
이런 바람에 스키를 타는 것 미친 짓이다.
완전히 미쳤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와 감독의 소감이다. 최악의 시설. 편파 판정. 부정적인 키워드가 가득하다. 오늘의 베이징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어제오늘 달라” 빙상 선수들 발목 잡는 빙질

빙상 종목 쇼트트랙에서는 빙질이 큰 변수다. 경기장 얼음 상태에 따라 코너링 강도를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이징 현지 경기장은 매번 빙질이 달라져 적응이 어렵다고 선수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 1일 베이징 경기장에서 연습 레이스를 한 황대헌(강원도청)은 “빙질의 성질이 계속 변한다”며 “어제는 잡아줬는데 오늘은 잡는 느낌이 없었다”고 했다.

이런 우려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여실 없이 드러났다. 지난 5일 혼성계주에서는 박장혁(스포츠토토)과 여자 쇼트트랙 최강자 수잔 슐팅(네덜란드)이 넘어지며 이변을 연출했다. 7일 여자 500m에서는 최민정(성남시청)이 넘어지며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다. 4개 조로 진행된 500m 준준결승 모든 조에서 선수들이 한 차례 이상 미끄러졌다. 빙질 보수 공사도 계속해서 이어졌다.

중국 아이스링크 빙질에 대해 최용구 대표팀 지원단장은 “오전에는 피겨 경기, 오후에는 쇼트트랙 경기가 열려 (빙질을 유지하는 데에) 문제를 겪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대회전 1차 시기에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알파인 여자 대회전 1차 시기에서 미케일라 시프린(미국)이 균형을 잃고 넘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100% 인공눈에 챔피언도 ‘꽈당’…설상도 이변 속출

알파인 스키 등 설상 종목들도 설질 문제로 이변과 부상이 속출했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100% 인공눈으로 채워졌다.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이다.

7일 열린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전에서 올림픽 2연패와 전 종목 석권을 노리던 미카엘라 시프린(미국)은 1차 시기 초반부에서 넘어지며 완주에 실패했다. 또 다른 우승 후보인 마르타 바시노(이탈리아)도 1차 시기에서 넘어져 돌아서야 했다. 이번 시즌 시프린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던 페트라 블로바(슬로바키아)도 14위에 그쳐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아찔한 사고도 이어졌다. 미국의 니나 오브라이언은 2차 주행 도중 기문과 충돌해 크게 다치고 들것에 실려 나갔다. 같은 날 진행된 알파인 스키 남자 활강 경기에서는 도미니크 스와이저(독일)이 안전망으로 미끄러지며 팔과 어깨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한국 대표로 나선 강영서(부산시체육회)도 1차 레이스 도중 무릎에 이상을 느끼고 기권했다.

여자 대회전에서 1, 2차 포함 완주하지 못한 선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21명) 때보다 10명 늘어난 31명이다. 남자 활강 역시 6명으로 평창 대회(2명)보다 늘었다. 경기장 환경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노르딕 스키 종목에서도 설질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한국 크로스컨트리 대표 이채원(평창군청)은 스키애슬론 경기가 있던 지난 5일 “설질이 뻑뻑해서 스키가 잘 안 나가고, 선수들에게 부상 위험이 많이 있어 치명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설질뿐만 아니라 경기장 외부 환경에도 분통을 터트렸다. 스키 종목이 열리는 베이징 북부 옌칭 스키장은 강추위와 강풍으로 연습 일정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노르웨이 알파인 스키 대표 알렉산더 오모트 킬데는 “바람 부는 방향이 제각각”이라며 “이런 바람에 타는 건 미친 짓”이라고 일갈했다.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 리우 샤오린이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 경주를 마친 뒤 실격 판정을 받고 충격에 빠진 모습
 (연합뉴스)
▲헝가리 쇼트트랙 대표 리우 샤오린이 7일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1000m 결승 경주를 마친 뒤 실격 판정을 받고 충격에 빠진 모습 (연합뉴스)

“완전히 미쳤다” 끝없는 판정시비 논란

석연찮은 판정도 이어지고 있다. 5일 열린 쇼트트랙 혼성계주 준결승에서 ‘블루투스 터치’ 논란 끝에 중국팀이 첫 금메달을 차지한 이후 7일 개인 종목에서도 오심 논란이 이어졌다.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는 준준결승 경기 중 판커신(중국)이 경기장에 깔린 블록을 2위로 달리던 앨리슨 샤를(캐나다)의 스케이트 쪽으로 밀어 넘어지게 했으나 실격 처리되지 않았다. 오히려 샤를에게만 레인 변경 반칙으로 패널티를 부여했다.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는 황대헌과 이준서(한국체대)가 각자 조에서 1, 2위로 결승에 진출해야 했으나 레인 변경 반칙으로 실격당했다. 두 한국 선수의 자리는 중국 선수들이 채웠다.

1000m 결승에서도 기묘한 판정이 이어졌다. 결승전 레이스는 2번 치러졌다. 첫 번째 레이스를 하던 중 빙질 문제로 재경기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재경기 이후에도 헝가리의 리우 샤오린이 1위로 결승선을 지났으나 비디오 판독을 거쳐 페널티 2회로 실격 처리됐다.

스키점프 혼성단체에서는 초유의 무더기 실격 사태가 벌어졌다. 출전한 10개국 중 일본,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독일 대표로 나선 선수들 총 5명이 ‘복장 규정’으로 실격 처리된 것이다.

노르웨이의 실예 옵세트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서서 유니폼을 측정했다”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러운 심정을 드러냈다.

경기장 시설과 함께 판정 문제가 이어지자 한때 한국 빙상대표팀이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까지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윤홍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은 “이제 올림픽이 시작됐다. 앞으로 남아있는 경기가 더 많다”며 “4년간 준비해온 선수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취한 후, 선수들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의 방법”이라며 보이콧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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