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춤추는 경제정책]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 모두가 ‘피눈물’

입력 2022-01-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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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부담에 고용 줄여 ‘나홀로 사장’
주당 15시간 미만 초단기 알바 늘어
정부는 단기·공공일자리 확대 급급

서울시 도봉구와 강북구에서 치킨과 떡볶이집을 각각 운영하던 허모 씨(35)는 올해 상반기 두 개의 매장을 모두 접었다. 개업 4년 만이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 제한까지 겹친 결과다. 주휴수당이 부담돼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해 꾸려봤지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3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모두 내보내고 홀로 장사를 했다. 상황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허 씨는 “가게를 시작할 때 권리금이 4500만 원이었는데, 폐업할 땐 중고 집기값을 다 더해도 4000만 원밖에 못 받았다”라며 “가게 접은 지 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가게 임대료 때문에 진 빚을 갚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폐업 결정할 때는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은 조금이라도 일찍 손 털고 나오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1만 원 최저임금 실험’에선 누구도 이기지 못했다. 5년간 오른 최저임금은 2690원(2017년 6470원→2022년 9160원). 그러나 부작용과 반발은 ‘2690원어치’ 그 이상이었다. 정부조차 뒤늦게 실책을 인정했지만, 성급한 정책이 불러온 균열은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만나 더욱 크게 벌어졌다.

최저임금의 인상 위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맞물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시간당 임금이 오르자 자영업자는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님’으로 전환됐다. 일 자리는 더 줄었고, 그나마 늘어난 일 자리의 대부분은 초단시간, 즉 단기 근로에 머물렀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 없는 ‘나홀로 사장님’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시작된 첫해인 2018년 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8월 424만9000만 명으로 30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반대로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줄었다. 2018년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는 165만1000명이었는데, 지난해 8월엔 130만1000명이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 수가 130만 명대까지 떨어진 건 외환위기(IMF) 직후인 1998년(135만 명) 이후 20년 만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의 주 타깃이었던 저임금 근로자마저도 어려워진 건 마찬가지였다. 빠른 최저임금 인상에 부담을 느낀 자영업자나 영세 중소기업에서 고용을 줄이거나, 주당 근로시간 15시간 미만 초단기근로자 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시간 단축과 맞물리면서 고용시장도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자 일자리 15만9000개, 10.9% 인상된 2019년엔 27만7000개가 줄었다. 반면 지난해 5월 초단시간 근로자 수는 156만3000명에 달해 2000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질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기회를 오히려 박탈한 셈이다.

2019년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도 “2년간 최저임금 인상 기조는 표준적 고용 틀 밖에 계신 분들, 영세자영업자와 소기업에게 큰 부담이 됐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고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대안이 나와야 할 시점에도 실패의 골을 애써 감추려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이 이어졌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단기·공공 일자리 만들기에 치중했고, 일시적인 취업자 증가 수치를 두고 고용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자찬도 늘어놨다. 2년간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최저임금 인상 폭도 정권 막판 가속 페달을 밟으며 5%를 넘겼다.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이 동결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구조를 살피지 않고 최저임금 정책을 정하니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라며 “늦었지만 업종별ㆍ산업별 최저임금 차등화 등 정책의 부작용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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