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도 이어진 국악 계승…국립국악원 '미공개 유물' 공개

입력 2021-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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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70주년 특별전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개막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진행된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21인의 기증 컬렉션'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취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진행된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21인의 기증 컬렉션' 기자간담회에서 전시 취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국립국악원)
"6·25 전쟁 중에서도 문화 예술가들의 국악에 대한 전승이 이뤄졌습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14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국악박물관에서 진행된 '국립국악원 미공개 소장품전: 21인의 기증 컬렉션' 기자간담회에서 국악 전승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원장은 올해 6월 국립국악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원장은 "전통 음악을 올곧게 전승하는 것이 저희에게 주어진 주임무"라며 "이 전통 음악의 가치를 국민, 전 세계에 확산하고 대중들 사이에서 친숙한 음악으로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국립국악원 개원 7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서인화 국악연구실 실장에 따르면, 기증품만을 갖고 진행한 전시는 개원 이래 처음이다.

국립국악원은 1951년 개원 이후 44년 만인 1995년 국악박물관을 개관하고 2007년 국악아카이브를 신설해 기증 자료의 수집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103명의 기증자로부터 18만 점의 유물을 수집했다.


▲전시 전경. (사진=국립국악원)
▲전시 전경. (사진=국립국악원)


이 가운데 21인의 기증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삶의 이야기와 국악의 빛나는 순간을 한데 모았다. 그동안 한 번도 소개하지 않은 유물 중 113점을 최초로 선보이게 됐다.

서 실장은 "11일 개막하고 국악계 선생님들, 외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학자 등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한 코너 한 코너에서 일어서지 못하셨다"며 "기증품을 자세히 들여다볼 시간이 많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반기고 계신다"고 했다.

그간의 전시는 악기나 음악의 주제 등에 국한됐다면, 이번 전시는 유물에 남겨진 예술가와 수집가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한다. 특히 유물에 얽힌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국악인과 기증자와의 다양한 관계 속 의미를 엮어 전시 유물만으로도 국악의 지난 70년 역사를 반추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번 전시 유물 중 특히 눈에 띄는 이야기는 1960년대 이후 국악이 해외로 뻗어 나가기 시작한 당시의 생생한 흔적들이다.

1964년 3월 16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국립국악원 최초의 일본 공연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당시 팸플릿과 신문기사, 공연 티켓과 일정표를 비롯해 공연 직후 일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나눈 공연단의 생생한 인터뷰도 국립국악원 3층에서 송출된다. 이는 전 국립남도국악원장을 역임한 윤이근과 당시 공연에 참여했던 국악학자 장사훈의 기증 유물이다.

민간 전통예술단체인 삼천리가무단은 같은 해인 1964년 4월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초청으로 뉴욕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필하모닉홀에서 연주를 했는데, 당시 공연 포스터와 호텔 영수증을 비롯해 공연 실황의 일부를 전한 현지 라디오 방송사의 뉴스와 인터뷰도 공개한다. 관련 유물은 미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1995년 한국으로 귀화한 해의만의 기증 유물이다. 그는 당시 공연단을 조직해 인솔했다.

1973년 10월 독일 본(BONN) 공연에서는 국립국악원의 유럽 공연 소식을 접한 윤이상 작곡가가 공연 사회와 해설을 자처해 관객들에게 한국의 음악을 직접 소개했다. 윤이상은 궁중무용 '춘앵전'을 처음 접한 후 훗날 '무악(舞樂)'이라는 작품을 작곡하기도 했다. 윤이상의 공연 해설도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1973년 8월 29일부터 12월 16일까지 장장 110일 동안 유럽 순회공연을 이어간 국립국악원의 정악(正樂, 궁중음악과 풍류 음악)과 정재(呈才, 궁중무용) 공연 모습이 담긴 기록물도 확인할 수 있다. 관련 유물은 모두 당시 공연에 무용수로 참여했던 전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 박숙자가 기증했다.


▲기증품 일부. (사진=국립국악원)
▲기증품 일부. (사진=국립국악원)


국악을 아끼고 지켜온 이들의 세월과 노력이 담긴 유물들도 눈에 띈다. 삼성그룹의 창립 초기 기업인이자 대구, 경북 지역의 풍류 애호가인 허순구는 지역 국악인들을 후원하고 다수의 필사 악보와 악기를 남겼다. 이 유물들은 대구, 경북 지역의 풍류 음악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데, 2013년 아들인 허병천과 허동수가 관련 유물을 기증했다.

5대째 국악을 잇고 있는 정가 명인인 가객 이동규는 1952년대 국립국악원 개원 당시의 시조 강습 교재를 비롯한 고악보 등 가보로 삼을 만한 귀한 자료들을 기증해 이번 전시를 빛낸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전시와 관련한 기증자들의 연계 특강을 오는 10월부터 진행할 계획이다. 국립국악원의 새로운 전시콘텐츠인 실감형 전시 콘텐츠도 1층 전시 공간인 국악뜰을 배경으로 15일부터 선보인다.

전시는 내년 2월 27일까지 국악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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