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외국기업의 한글공시 의무화, 글로벌 경쟁 시대에 걸 맞는 모습인가?

입력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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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자본시장부 기자

한국거래소의 외국기업 국내상장 유치 성적표가 초라하다. 최근 10년 동안 코스피에 상장한 외국기업은 단 두 곳이다. 그마저도 상장 상태를 포기하지 않고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기업은 한국인이 대표로 있는 싱가포르 항제의약품 개발 전문 제약회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유일하다.

외국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 실적이 저조한 원인에 대해 많은 시장 관계자들은 촘촘한 사전규제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물론 국내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외국기업의 상장 조건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국내시장에서의 상장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기란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 국내시장 상장을 희망하는 외국기업에 한글공시 의무화는 악조건 중 악조건이다.

외국기업의 한글 공시 의무는 자본시장법 제30조 재무건전성 유지 부분의 행정규칙으로 명시됐다. 앞서 언급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역시 현재까지 모든 공시 내용을 한글로 작성했다.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는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외국 기업에 대해 영어 공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일반 투자자들은 기업 정보를 제대로 알기 어렵다는 반대에 부딪혀 실현되지 못했다. 2015년에도 국내 상장 외국기업의 영문공시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수포로 돌아갔다.

국내에선 아직도 갑론을박이 진행 중이지만 아시아시장의 경쟁 상대라고 볼 수 있는 일본, 홍콩, 싱가포르는 일찍이 외국기업에 대해 영어 공시를 허용했다. 한국의 증권시장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외국기업이 이웃 국가들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오히려 비전과 잠재력이 있는 외국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투자 참여 기회를 축소하는 역차별로 볼 수 있다.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단편적인 명분으로 외국기업에 대해서도 한글공시를 의무화하는 게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는지에 대해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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