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토지시장] 땅 나오면 바로 현금계약…경매시장선 감정가 8배에 낙찰

입력 2021-07-27 05:00

'땅 투기 사태' 이후 일반인 수도권 토지 시장 몰려
시세보다 싼 데다 거래허가제 사각 '다주택자' 관심
3기 신도시 덕 묵히면 차익…집값 상승 채질 우려

▲이달 토지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 859%에 팔린 경기도 파주 법원읍 금곡리 일대 임야 모습.  (사진제공=지지옥션)
▲이달 토지 경매시장에서 낙찰가율 859%에 팔린 경기도 파주 법원읍 금곡리 일대 임야 모습. (사진제공=지지옥션)

#서울에 거주하는 다주택자 A 씨는 한 달 전 경기 하남시 땅(농지)을 매입했다. 토지는 주택보다는 규제가 덜한 데다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땅을 사 놓고 중장기적으로 기다리면 큰 시세 차익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A씨가 "하남시 땅은 950㎡(287평)으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근에 3기 신도시(왕숙신도시) 조성과 지하철 연장사업 등이 예정돼 있어 오래 보유하면 상당한 땅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대 토지시장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택 중심의 부동산 규제를 피해 개발 전망이 밝은 수도권 토지시장 쪽으로 투기·투자 수요가 옮겨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부가 주도하는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비롯해 도로·철도 등 교통 인프라 확충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도 경기지역 토지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요인이다.

경기도 토지거래 거래 증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경기지역 토지 거래량(필지수 기준)은 8만5815필지에 달했다. 전 분기(7만7774필지)보다 10.3% 증가했다. 작년 같은 분기(7만310필지)보다도 1만5000필지 가량 많은 규모다. 최근 5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31.8%나 늘었다.

지역별 거래는 주로 화성(8710건)·용인(4258건)·평택(3247건)·파주시(3196건)와 양평군(5803건) 등에 집중됐다. 대규모 개발 호재를 안고 있는 지역들이다. 화성·파주시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호재와 산업단지 개발이 예정돼 있다. 용인시와 평택시도 각종 산업단지 개발 호재를 안고 있다. 화성시 송산그린시티 일대 토지 매물을 취급하는 A공인 측은 "계약금을 현금으로 갖고 있다가 좋은 땅이 매물로 나오자마자 바로 계약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토지 전문가인 고상철 미스터홈즈부동산중개 대표는 "개발 재료와 인구 증가, 이로 인한 땅값 상승 기대감에 한몫 챙기려는 투자 수요가 토지시장을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의 세금 강화도 토지시장 열기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 규제로 주택에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다주택자와 투자자들이 자금을 묻어둘 대상을 토지에서 찾고 있다는 게 부동산 건설팅업계의 설명이다.

전국민을 공분케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사태도 일반인들의 토지에 대한 관심을 부채질했다. 그동안 토지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영역이었다. 환금성이 떨어지고, 개발 가능성이 없는 토지에 투자했다가 장기간 돈이 묻히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LH 사태 이후 최근 온라인 부동산 카페에선 '부린이'(부동산 투자 초보자)를 자칭하며 소액 토지 투자를 상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토지경매서 감정가 8배 낙찰가도

땅값 상승 기대감에 매물마저 나오지 않으면서 돈 되는 땅을 찾는 투자자들은 토지 경매시장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이렇다 보니 경기지역 토지 경매시장은 말 그대로 '불장'(불같이 뜨거운 상승장)이다.

이달 경매에 부쳐진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일대 933㎡짜리 임야는 감정가(6437만 원)보다 8배 비싼 5억5300만 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고양시 일산서구 법곳동 856㎡ 전답 경매에는 무려 40명이 응찰했다. 감정가 4억6908만 원에 나온 이 토지는 8억111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응찰자 39명이 경쟁을 벌인 양평군 용문면 망능리 1818㎡(임야)는 감정가(2363만4000원)의 2배가 넘는 6111만 원에 팔렸다.

경매시장에 나오는 토지는 시세보다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데다 거래허가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보전관리지역에 속한 부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을 매입할 때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경매로 낙찰받았다면 거래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지난 4월 남양주시 진건읍 용정리 1만353㎡짜리 임야 경매에 129명의 입찰자가 몰린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토지시장 불안은 결국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땅값이 들썩이면 시세 차익을 얻은 자금이 다시 주택시장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농지 취득 심사만 강화할 게 아니라 임야와 대지 등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 시중 자금의 토지시장 유입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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