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우린 언제 마스크 벗을 수 있나요?

입력 2021-04-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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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인구 900만 명의 10%에 가까운 83만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스라엘 국민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에 복귀하기 시작했다. 백신 접종률 60%를 넘기면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집단면역 단계에 들어갔다. 작년말 접종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인데, 백신을 구하기 위해 국가정보기관인 모사드가 동원됐다. 막강한 유대인 네트워크가 움직였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내년에도 모든 인구에 추가 접종할 수 있는 물량까지 확보했다.

누적확진자 3300만명, 사망자 58만6000여명으로 최악의 감염국인 미국도 성인 인구 절반 이상인 1억3000만명이 백신을 접종했다. 1회 이상 접종률 42%로, 면역을 높이기 위한 3회 접종(부스터 샷)까지 준비한다. 자국 제약업체인 화이자와 모더나 등의 안전성 높은 백신 6억 회분을 비축했다고 한다. 영국 등 서유럽 국가, 아랍에미레이트(UAE) 등 중동국가들이 높은 접종률로 집단면역에 다가가고 있다.

한국은 2월 말 백신 접종을 시작해 지금까지 1차 이상 접종률 4.4% 수준이다. 두 달 동안 226만여 명이 맞았는데,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하기에 창피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하위권의 접종률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의 초기 대처에 성공했던 한국을 백신 접종에 가장 뒤처진 ‘느림보’(laggard)라고 조롱했다. ‘K 방역’만 자화자찬하면서 남들이 백신 확보 경쟁을 벌일 때 여유 부리며 안주하다가 시기를 놓치고, 접종 지연으로 글로벌 경제회복의 흐름에서 낙오할 위험이 커진 대표적인 나라로 꼽았다.

확보된 백신도 언제 접종이 가능할지 불안하다. 지금까지 계약된 물량은 모두 1억9200만 회분(9900만 명분)이다. AZ 백신 2000만 회분(1000만 명분), 지난 주 정부가 4000만 회분(2000만 명분)을 추가 도입키로 계약한 화이자 백신 총 6600만 회분(3300만 명분), 그리고 노바백스와 모더나의 4000만회분(2000만 명분)씩 등이다.

2분기에 도입돼야 할 물량은 AZ와 화이자 백신 중심으로 1800만 회분(900만 명분)인데,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분명치 않다. 정부는 상반기 1200만 명에 대한 1차 접종을 완료하고, 9월까지 3600만 명의 2차 접종을 마치겠다고 장담한다. 예정에 차질 없는 백신 공급이 전제돼야 하지만, 도입 시점은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백신 생산국가들의 자국 우선공급으로 수출물량이 통제되고 있다. 안보 문제까지 얽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다. 백신 조달이 다급한 한국은 미국과의 ‘스와프’를 추진하고 있지만 반응은 별로다. 미국은 그러면서 인접국인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동맹체인 ‘쿼드(Quad)’의 일본·호주·인도에 백신을 우선 공급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국보다 백신 접종이 뒤처진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화이자로부터 1억 회분(5000만 명분)의 백신 공급을 약속받았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지금 코로나19는 4차 유행 국면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계속 600∼700명대다. 정부·여당은 백신 도입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접종에 믿음을 가져 달라는 소리만 되풀이한다. 그러면서 백신 불안에 대한 우려와 문제 제기의 목소리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고 윽박지른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고, 불신을 자초한 건 정부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인천 영흥도 바다의 낚싯배 전복으로 15명이 사망하자 청와대 회의에서 묵념으로 애도했다. 201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유람선 사고로 우리 관광객 20여 명이 사망했을 때 외교부 장관까지 현지로 보냈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한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게 정부의 존재 이유이고, 국가 리더십의 최우선 책무다.

지난 1년여 동안 우리 코로나19 누적확진자는 11만9000명, 사망자 1800여명이다. 끝없이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을 빼앗기고 경제가 망가지는 고통에 국민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지금 백신은 코로나와의 전쟁을 이겨 국민 생명을 지키고 경제를 반전시킬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자 유일한 희망이다. 이 전쟁에 지고 있는데 변명의 여지는 없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확진자와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으니 ‘K 방역’의 성공이라는 따위의 ‘정신승리’ 얘기도 더 듣고 싶지 않다. 국민들은 내가 언제 백신을 맞을지 모르는 깜깜이 상태다. 코로나 걱정 없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날만 고대하면서 이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다. 백신이 내손에 쥐어져야 안심할 수 있고, 직접 접종받기 이전에 어떤 믿음도 갖지 못한다. kunny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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