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뤄진 대·중기 상생협력법, 민사소송 원칙 위배 우려…野 “법조인 양심”

입력 2021-03-24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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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물 책임ㆍ환경오염 피해 등에만 제한적 적용되는 입증책임 전환
피해 주장 측이 입증하는 민사소송 원칙 위배…소송 남발 우려
법사위 "민사소송 체계에 맞지 않은 점 고려해야"
국민의힘 "與 법사위원들, 법조인으로서의 양심 재고 기대"
중기업계 "불공정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5년간 피해액 5400억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기업위원회를 넘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에서 잠시 멈췄다. 국민의힘의 극렬한 반대와 법원행정처의 의견이 아직 송달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애초 해당 개정안은 24일 본회의에 부의될 전망이었지만 전날 법사위가 전체회의에 계류키로 정했다. 법사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의 반대와 법원행정처의 의견이 아직 나오지 않는 점을 미뤄 일단 전체회의에 계류시키고 다음 본회의에 맞춰 재심의하자고 중재했다.

해당 개정안은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완화가 핵심인데, 이것이 민사소송 원칙에 위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술자료 부당사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탁기업이 구체적 행위태양을 제시토록 했다. 기술제공계약을 맺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유출 소송을 제기하면 대기업 측에서 유출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증거를 내지 못하면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주장이 사실로 인정돼 피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이 내려진다.

민사소송 원칙은 피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책임을 갖는다. 다만 제조물 책임이나 환경오염 등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입증책임이 반대로 넘어가는데, 기술유출도 여기에 포함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른 우려로는 대기업에 반감을 가진 하청업체가 근거 없이 기술유출 소송을 남발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이 경우 대기업은 방어 과정에서 이미지 손실과 사내 비밀 유출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도 산자위에서 해당 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의 체계·자구 검토 보고서에도 이런 우려가 담겼다. 보고서는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의무는 일반적 민사소송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개정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기술자료 유용행위 방지 필요성과 현행 민사소송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정책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 20대 법사위에서도 입증책임 전환이 담긴 법안이 심의 과정에서 결론을 내지 못해 임기만료 폐기된 사실을 덧붙였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학영 위원장이 개의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법안을 강경하게 반대하는 국민의힘 측에서는 법사위원들의 ‘법조인의 양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국민의힘 소속 산자위원은 통화에서 “정보 불균형이 극심한 경우인 제조물 책임이나 환경오염에 따른 피해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게 피고에 입증책임을 묻는 것인데, 이 법안은 민사소송의 대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위헌 여지도 있기 때문에 아무리 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민주당이라지만 법사위원들도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이 있을 테니 재고하리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중소기업계와 스타트업계에서는 환영하는 입장이다. 입증책임을 엄밀히 따지면 수탁·위탁기업이 함께 분담한다는 점에서 불공정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원칙이라는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피해는 막심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9개 중소기업단체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술유출 피해 중소기업은 246개로 5400억 원에 달하는 피해를 보았다.

기술유출 피해가 걷히지 않는 배경으로는 중소기업에 버거운 소송 비용과 침해사실 입증의 어려움이다. 해당 개정안 통과로 이런 불균형이 바로잡힐 수 있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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