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EV/EBITDA보다는 현금흐름분석을

입력 2021-03-10 10:41 수정 2021-03-1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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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흠 회계사

커피전문점 사업을 시작하려는 박 모씨가 괜찮은 매물을 찾기 위해 부동산에 중개를 의뢰했다. 며칠 후에 시내에 괜찮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 매물로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다. 부동산 중개인은 다음과 같이 매물을 소개했다.

“이 커피전문점은 매년 비용 차감 후에 순수하게 1억 원의 이익이 가능합니다. 점포시설과 권리금 모두 포함해서 3억 원에 양도합니다. 단, 은행 융자 1억 원을 떠안는 조건입니다.”

‘매년 1억 원 정도 벌 수 있는 목 좋은 상가에서 장사한다면?’ 박 모씨는 4년이면 차입금 1억 원과 인수대금 3억 원을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년 후부터 발생하는 이윤은 다 ‘내 것’이라는 생각에 서둘러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은 순조로웠다. 부동산 중개인의 말대로 음료 등 판매로 발생한 수입에서 원재료비, 아르바이트생 인건비, 각종 경비 등을 제외해보니 1억 원을 벌 수 있었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정말 4년 만에 투자금과 점포 융자를 모두 뽑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과연 그럴까?

3년 차에 접어드니 하나둘 발목을 잡는 일들이 생겼다. 그동안 사용한 각종 집기와 비품들이 낡아 교체가 필요했다. 때마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연락이 왔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간판과 인테리어 컨셉을 바꿨으니 본사 정책에 맞게 공사를 진행하란다.

관련 예산을 짜보니 5000만 원이 훌쩍 넘는다. 1억 원씩 순이익이 나와도 번 돈의 50%가 다시 사업에 재투자가 돼버린 셈이다. 사실 4년 내 차입금을 모두 상환하고 원금을 건진다는 계획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서 부채인 차입금 1억 원과 자본인 투자금 3억 원을 EV라고 한다. EV는 기업의 총가치인 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기업을 인수할 때 지불하는 투자금(상장기업의 시가총액)과 순차입금의 합으로 산출된다.

EBITDA는 현금성 영업이익으로 회계상 계산된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해서 계산한다. 즉, 시가총액을 지불해서 기업을 인수했을 때 차입금과 투자원금을 사업해서 발생한 현금성 영업이익으로 몇 년 내에 회수할 수 있는지 계산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니깐 EV/EBITDA를 계산해서 수치가 작게 나오면 회수 기간이 짧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이 지표는 앞서 살펴본 커피전문점 사례처럼 반드시 그 기간 내 실적을 뽑아내지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EV/EBITDA를 살펴볼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500조 원을 지불해서 기업을 통째로 인수했다고 가정해보자. 삼성전자의 2020년 최근 재무제표를 보니 갚아야 하는 차입부채가 20조 원이고 가진 현금과 예금 등이 122조 원에 달한다.

즉, 순차입금은 -102조 원이다. 삼성전자를 500조 원 주고 사면 102조 원은 바로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EV인 398조 원은 열심히 일해서 벌면 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36조 원)에 돈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회계상 비용인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 합계 30조 원을 더하니 현금성 영업이익인 EBITDA가 66조 원으로 계산된다.

내가 500조 원만 있다면 삼성전자를 인수해서 본전을 찾는 데 불과 6년밖에 안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2021년부터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가 더 늘어난다면 회수 기간은 더 줄어든다. 이게 맞는 얘기일까? 당연히 오답이다.

삼성전자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EBITDA와 비슷한 수준인 65조 원을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투자활동현금흐름을 보면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등 필수 영업자산에 40조 원 넘게 재투자를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2020년에 25조 원을 남긴 셈이다. 우리는 이 25조 원을 가리켜 잉여현금(Free cash)이라고 한다. 결국, 투자금 회수에 6년이 아닌 15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업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돈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다. 그 개념은 결국 벌어들인 이익 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재투자금액을 차감해서 계산된다. 하지만 EV/EBITDA는 이 재투자금에 대한 부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맹점이 있다. 때문에 실제 상황보다 숫자가 작게 나올 수밖에 없다.

EV/EBITDA가 낮게 나온다고 기업의 가치, 즉 주가가 저평가라고 ‘단정 짓기’보다 ‘따져보기’가 필요하다. 반드시 현금흐름표를 통해 잉여현금을 창출하는 능력이 있는 기업인지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얼마큼의 여력이 있는지 판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재무지표는 참고사항이지 투자를 위한 절대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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