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에도 ‘탈(脫)석탄’ 바람이 불면서 법인들도 저탄소 경제 전환 채비에 나섰다. 회계 서비스업 특성상 탄소 배출량이 많지 않지만,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하면서 함께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회계법인들은 재생에너지 전환과 동시에 기업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컨설팅도 강화하고 있다.
회계업계도 ‘탄소중립’ 선언에 나섰다. 지난 9월, PwC글로벌, 딜로이트글로벌을 시작으로 최근 KPMG 등이 동참을 선언했다. 이에 국내 회원사인 삼일ㆍ안진ㆍ삼정 등 3곳도 함께하기로 했다. 이번 ‘탄소중립’에 동참한 회계법인은 2050년보다 20년 빠른 2030년으로 목표 달성 시기를 설정했다.
동시에 회계업계는 ‘RE100’에 가입하면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2014년 영국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시작한 RE100은 재생에너지로 사용전력의 전량을 조달한다는 자발적 캠페인이다.
삼일 관계자는 “회계법인처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실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기가 쉽지 않다”며 “전 세계적으로 절실하고 중요한 이슈인 만큼 적극 참여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 관계자는 “‘딜로이트’만의 목표가 아닌 협력업체와 함께 달성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며 “기후위기와 같은 메가트렌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개별적 대응보다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커뮤니티로 동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KPMG는 사내 전문가들을 투입해 탄소 예측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삼정 관계자는 해당 모델에 대해 “탄소 배출의 경로와 영향, 산업별 정책 변화가 온실가스 배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이들은 탄소공개 프로젝트(CDP)와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이니셔티브(SBTi)에 측정 및 보고하면서 목표 진행 과정도 꾸준히 추적 관리할 계획이다.
국내 빅4 회계법인 중 한영은 ‘탄소 중립’ 선언 등 경영 차원에서 대안을 마련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사회 공헌 캠페인 차원에서 관련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환경 지속 가능성 가속화’ 프로젝트 등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총 300여 명 임직원들은 ‘EY한영 숲 만들기’를 진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저탄소 경제 시대에 힘입어 회계법인은 ESG 컨설팅도 강화하고 있다. 삼일은 ‘지속가능서비스팀’을 마련해 기업의 ESG와 기업의 탄소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사용 전략 등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정의 사회적 가치팀 역시 기후변화 대응 전략 수립과 탄소 배출권 등 관련한 컨설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비재무 정보 공시를 자문 및 검증하고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ESG 투자 전략을 자문하고 있다.
안진 역시 ESG 및 기후금융 자문에 나서고 있다. 대출 심사과정에서 이산화탄소 감소 노력과 성과를 실무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과제를 설정하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컨설팅을 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