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세대 자화상] “청년문제 아닌 사회문제… 시대흐름 맞게 교육 바꿔야”

입력 2020-10-06 05:00 수정 2020-10-06 11:06

최경수 KDI 지식경제연구부장 "'빚투'도 생존 위한 합리적 선택"

▲최경수 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KDI)
▲최경수 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제공 KDI)
“청년은 문제가 없다. 청년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가 문제인 것이다.”

청년 문제에 대한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부 선임연구위원의 답은 명료했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꺼리고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취업에 매달리는 것도,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드는 것도 현재 청년들이 살아가는 사회에선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중소기업 일자리가 열악한 것도, 자고 일어나면 자산가치가 급등하는 것도 현실이어서다. 최 연구위원은 기성세대인 동시에 2006년부터 KDI에서 청년·고용문제를 연구한 청년 전문가다.

◇“중간관리직 위주 인력 양성, 청년 설 자리 없어” = 그는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공공기관 청년 취업 담당자들의 말을 빌려 “청년들이 대기업 비정규직에 갈지언정 중소기업에는 안 간다고 한다”고 말했다. 소득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중장년층과 달리 경력개발을 함께 고려해서다. 최 연구위원은 “일본에선 청년들이 오히려 중소기업에 많이 간다고 한다. 대기업에선 승진이 어렵고, 퇴직할 때까지 남을 지원하는 역할만 맡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근로조건이 열악하면서 일본 대기업의 문제를 함께 지니고 있다. 높은 임금도, 경력개발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기피는 곧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쏠림으로 이어졌다. 특히 공기업·공무원 쏠림이 심하다. 플랫폼·비대면 등 신산업 등장과 함께 독점적으로 성장한 기업들과 성숙기에 진입한 기존의 대기업들이 일반직보단 연구개발(R&D) 인력 위주로 신규 채용을 진행해서다. 최 연구위원은 “과거엔 특별한 기술이 없는 대졸자들이 대기업으로 갔는데, 이제 갈 곳이 없다”며 “중소기업에 가기엔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경력개발도 기대하기 어렵다.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구직처 쏠림, 이로 인한 청년 실업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내일채움공제, 취업성공패키지 등 다양한 중소기업 유인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청년들은 여전히 중소기업을 기피한다. 기존에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준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대기업·공기업·공무원에 쏠린 청년들을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에서도 지원의 80~90%는 원래 중소기업에 취업할 청년들에게 간다는 분석이 있다”며 “정책 자체에 의미는 있지만, 이 이상 확대하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원이 늘면 기업들이 그만큼 임금을 깎거나 인상을 억제하는 역효과도 발생할 수 있고, 소득 개선 효과에 견줘 재정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부연했다.

◇“인력수요 변화는 불가피… 교육이 먼저 변해야” = 이런 상황에 정책으로 개입할 여지는 적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인력 수요 변화는 시대적 흐름이어서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의 근로조건을 강제로 개선하는 건 불가능하다. 최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도 못 하고 있는데, 어떻게 민간기업 임금을 개선하겠느냐”고 꼬집었다.

대신 교육제도 개혁을 제안했다. 그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중간관리직 양성 위주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이 예전엔 대기업으로 갔다”며 “그런데 세상이 변했다. 이제 대기업에서 원하는 건 인공지능(AI)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에 능한 인재”라고 강조했다. 특히 “스탠퍼드 공과대학에선 소프트웨어 관련 전공 비중을 과거 10%에서 60%까지 늘렸는데, 서울대는 지금도 똑같다. 문과 취업이 어렵다는 얘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여전히 문·이과가 기계적으로 구분돼 있다”며 “전공 간 경계를 허물고, 입학 정원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론 과목에서 문·이과 구분을 완화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최 연구위원은 “미국에서 벤처 창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조사하니 순수한 이과 전공자보단 문·이과를 병행한 사람이 많다고 한다”며 “우리나라에서 대학 개혁이라고 하면 대학에 보조금을 얼마나 주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데, 근본적으로는 전공의 벽을 점진적으로 허물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문제, 인식이 아닌 현실의 문제”=‘영끌(영혼까지 돈을 끌어모은) 투자’, ‘빚투(빚내서 투자)’로 대표되는 비이성적 투자 광풍도 청년들의 문제라기보단 사회의 문제다. 추세적인 저성장·저물가로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면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은 주식·주택시장에 유입됐다.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취업난·저금리에 자산을 축적하지 못해 비자발적으로 관망자가 된 청년들은 빚을 내서라도 도박판에 뛰어들었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다.

최 연구위원은 “저금리가 고착화하면 생기는 문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로 과도하게 유동성이 풀리면서 자산가치가 급등한다”며 “요즘 주식이든, 집값이든 자고 일어나면 배로 뛴다. 거품경제 조장에 반대하는 나 같은 사람도 한 번씩 올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속된 말로 지금까지 빨리기만 한 청년들은 어떻겠냐”며 “집값이 너무 많이, 또 빠르게 올라서 잘못하면 평생 월세 살게 생겼는데, 그게 아니라면 무슨 방법이 있겠냐”고 덧붙였다.

최 연구위원은 청년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에 대한 왜곡된 시선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시장 미스매치(수급 불균형)’란 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미스매치란 건 대졸 일자리는 한정적인데, 대졸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난이 청년의 잘못이란 말”이라며 “대학 나와야만 대접받는 사회를 누가 만들었느냐”고 꼬집었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 개선이란 말도 같다. 근로조건이 실제로 열악한데 인식이 뭐가 잘못됐다는 것이냐”며 “청년 문제는 사회 문제 안에 청년이 존재하는 거지, 청년이 문제의 주체인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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