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났다] 2차 온라인 개학한 학교 현장…정혜정 교사 "소통, 훨씬 잘 돼요"

입력 2020-04-1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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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동덕여자고등학교 정혜정 선생님이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보여줬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16일 동덕여자고등학교 정혜정 선생님이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보여줬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학생이 없는 교실에서 선생님은 더 분주하다. 사상 처음으로 맞이한 온라인 개학에 준비할 것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9일 1차 온라인 개학에 이어 16일 2차 개학으로 초등학교 4~6학년, 중‧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도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게 됐다.

새 학기가 시작했지만,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애가 탈 터. 그럼에도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날 만난 정혜정 동덕여자고등학교 선생님(39)도 마찬가지다. 12년 차 베테랑이자 현재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을 맡은 정혜정 선생님은 지난주부터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한 달 같은 일주일"이라며 지난 한 주를 회고했다.

"처음에는 분노와 좌절을 겪었죠. 온라인으로 개학한다는 말을 갑자기 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선생님들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섰습니다. 온라인 수업에서 일어날 여러 경우의 수를 고민했고, 어떤 플랫폼으로 수업하는 게 좋을지 머리를 맞댔죠. 학생들 관점에서 수업을 바라보니까 준비가 끝이 없더라고요. 새벽 3시까지 잠도 못 잤어요. 이런 과정 끝에 지금은 많이 안정화 됐습니다"

▲선생님들은 노트북 외에 여러 장비와 함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텅빈 교실, 온라인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선생님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선생님들은 노트북 외에 여러 장비와 함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다. 텅빈 교실, 온라인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선생님들. (이해람 인턴기자 haerami0526@)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비대면인 온라인의 특성상 풍성한 수업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업 도중 선생님이 하는 농담, 내용과 연관된 이야기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 학생들은 이를 바탕으로 핵심적인 내용을 떠올릴 수 있고, 선생님은 학생들의 반응을 보며 힘을 얻는다.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이런 상호작용이 학생과 선생님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정혜정 선생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온라인에서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현장에서 못하는 게 많아서 아쉬웠는데 찾아보니 방법이 있더라고요. 가령,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짧은 뮤직비디오를 찍어 학생들에게 보내거나 동영상 편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아이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아이들 개인 면담 시간이 늘어난 효과도 있어요. 개인 톡으로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다 보니 시간도 늘어나고 저도 학생들에게 더 애정이 가요. 소통이 훨씬 더 잘 되고요. 즉각적으로 서로 반응을 주고받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빨리 학교 오고 싶다,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와서 싫어하지 않을지 걱정돼요."(웃음)

▲온라인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필기하며 소통하는 정혜정 선생님. 학생들도 화면에 필기할 수 있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온라인 수업에서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필기하며 소통하는 정혜정 선생님. 학생들도 화면에 필기할 수 있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홍인석 기자 mystic@)

한 주 동안 온라인 수업을 진행한 정혜정 선생님은 보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바로 '영상 전문 인력'이 필요성이다. 실시간으로 수업을 진행하면 종종 화면에서 칠판이 잘 안 잡혀 판서 내용을 보기 어려울 때가 있고, 카메라를 확대해주는 사람이 없어 역동적인 수업을 하는데 제한도 있다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영상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력이 학교에 있으면 좋겠다는 것. 공공부문에서 온라인 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한 기초적인 인프라이기도 하다.

"온라인 수업을 이번에만 하고 안 할 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시스템을 보완해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바이러스가 또 나타날 수 있고, 다른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할 때도 있을 테니까요. 새로운 시도, 새로운 수업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도 있어요. 외국 학생과도 무엇인가를 같이 하고, 인터뷰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날 수도 있잖아요? 아이유처럼 훌륭한 졸업생 말이에요." (동덕여고는 가수 아이유의 모교다.)

(뉴시스)
(뉴시스)

온라인에 이어 인공지능까지 등장하면서 교수나 교사의 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것. 하지만 코로나19는 교사의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했다. 온라인 개학은 되레 학교 현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준 셈이다. 정혜정 선생님 역시 학교에서는 지식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선생님의 따듯한 한마디에 학생들은 꿈을 갖고, 목표를 발견하기도 해요. 담임선생님이 소통과 보살핌이 감동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어요. 불안감을 덜어주고, 힘을 불어넣는 일을 (당분간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을 거예요. 공부만 잘한다고 사회에서 성공하는 게 아니죠. 인간성이나 공감 능력을 갖춰야 하고 이를 학교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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