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이 2017년보다 더 나빠지고, 기업 3곳 중 1곳은 돈을 벌어 대출이자도 못 갚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기업 활력과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18년 기업경영분석’ 보고서에서 드러난 결과다. 한은의 기업경영분석은 국내 비금융 영리법인 상장사와 외부감사대상 기업, 실적공개 의무가 없는 비감사대상 기업까지 포함한 69만2726곳을 조사한 통계다.
자료에서 이자보상비율이 100%를 밑돌아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비중은 35.2%에 달했다.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져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들이다. 이 비중은 2016년 31.8%, 2017년 32.3%에 이어 2년 연속 높아졌다. 이자보상비율이 3년 연속 100% 미만이면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이 비율이 마이너스로 적자상태인 기업도 2016년 27.0%, 2017년 27.6%, 작년 29.5%로 급증했다.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지면서 기업체질이 약화한 탓이다. 매출과 자산증가율, 영업이익률이 큰 폭 떨어졌다. 조사대상 기업의 작년 매출액증가율은 4.0%에 그쳐 2017년 9.2%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제조업이 9.0%에서 4.0%로 줄었는데, 글로벌 수요 감퇴로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등 전자·영상·통신장비 부문 수출과 매출이 감소한 영향이다. 비제조업도 건설 및 도소매 업종 부진으로 9.3%에서 4.0%로 급락했다. 전방위 부동산 규제와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에 따른 실적 악화가 주된 이유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7년 6.1%에서 2018년 5.6%로 하락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매출액과 함께 기업의 성장성을 나타내는 자산증가율까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미래 발전을 위한 설비투자가 자산증가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총자산증가율은 2016년 6.3%에서 2017년 7.6%로 올랐다가, 작년 5.8%로 뒷걸음쳤다. 제조업의 경우 6.5%에서 5.1%로 둔화했다. 설비투자 부진을 반영한다.
앞으로 기업실적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 또한 힘들다. 11개월째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는 수출이 반등할 기미가 없는 데다, 민간소비와 투자도 바닥이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재정을 쏟아붓는 것 말고 국내경기 부양을 위한 획기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계속 규제를 개혁하겠다지만, 기업들은 체감하는 규제장벽이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가 쪼그라드는 이유다. 기업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면 투자와 고용이 줄고 성장이 후퇴하는 악순환이다. 나아가 예기치 않은 충격으로 기업 도산이 이어지는 사태가 올 경우 금융혼란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