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야유(揶揄)

입력 2019-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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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뉴스를 통해 더러 야유를 보냈다느니 야유를 퍼부었다느니 하는 말을 듣는다. 야유는 ‘揶揄’라고 쓰는데 두 글자 다 ‘야유할 야’, ‘야유할 유’라고 훈독할 뿐 특별히 다른 뜻이 없다. 손(手)의 의미를 가진 ‘扌’을 뺀 ‘耶’는 ‘어조사 야’라고 훈독한다. 감탄했을 때 “야~” 하는 어기(語氣)나, 따져 물을 때 “야!” 하는 어세(語勢), 혹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 어…” 하는 멈칫거림 등 말에 어기나 어세를 담을 때 사용하는 어기조사인 것이다. 그런 어기조사 ‘耶’에 손짓을 나타내는 ‘扌’가 붙었으니 ‘揶’는 손짓을 동반하는 어기조사라는 의미를 갖는다. 삿대질이든, 포옹하는 시늉을 하는 손짓이든, 손짓과 함께하는 강한 기운의 말이 바로 ‘揶’ 즉 ‘야유할 야’인 것이다. ‘揄’에도 ‘손짓(扌)’이 붙어 있다. ‘兪’는 ‘대답할 유’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거기에 ‘손(扌)’이 붙어 있으니 ‘揄’는 대답을 하긴 하되 “응, 알았다고~” 하면서 빈정대든, ‘어쩔래?’ 하면서 덤비든 곱지 않은 손짓을 동반하는 대답을 이르는 글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글자가 합쳐진 ‘揶揄’는 “남을 빈정거려 놀림. 또는 그런 말이나 몸짓”이라는 뜻을 가진 단어가 되었다.

揶揄는 중국 동진시대 권력자 환온(桓溫)의 막료로 있던 나우(羅友)라는 사람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나우의 동료가 환온에게 중용되어 고을의 태수로 나가는 환송연이 있는 날, 속이 뒤틀린 나우는 일부러 환송연에 늦게 도착했다. 환온이 늦은 까닭을 묻자, “오던 길에 도깨비를 만났는데 그 도깨비가 ‘나는 네가 다른 사람이 태수로 나가는 것을 송별하는 꼴만 봤지, 네가 태수로 나가는 꼴은 본 적이 없다’고 야유하며 길을 막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도깨비의 야유로 인해 생겨난 말인 ‘揶揄’를 오늘날에는 사람이 더 많이 하고 있다. 도깨비 꼴로 해대는 야유보다는 사람답게 예의를 갖춰 토론하는 사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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