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폴사인제 폐지, 시장엔 변화 있을까?

입력 2008-07-14 17:07 수정 2008-07-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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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고유가에 따른 국민부담 경감과 유가 안정화를 위해 오는 9월1일 '석유제품판매 표시광고 고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끊임없는 논쟁거리를 제공하던 주유소 상표표시(폴사인) 고시가 없어지면서 시장 전망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이러한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폴사인제 고시 폐지 결정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상표표시 없어지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석유제품판매 표시광고 고시'를 폐지하면서 "주유소가 특정 정유사의 간판을 걸고 제품을 섞어 판매를 할 수 있게 돼 여러 공급업자(정유사, 석유수입사 등)와 다양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석유및석유대체연료사업법'(이하 석대법)상 현재 상황에서도 특정 정유사의 폴을 포기하면 얼마든지 제품을 섞어 팔 수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재도 특정 정유사의 폴이 아닌 자체 폴을 달고 영업을 할 경우 얼마든지 제품을 혼합해 판매 할 수 있다. 또 특정 정유사 폴을 달러라도 복수제품이라는 표시를 할 경우 저장시설만 달리하면 된다는 것.

결국 특정 주유소의 폴을 달라도 된다는 내용 말고는 사실상 바뀐게 없다. 공정위 고시 폐지가 실시되는 9월1일 이전에 석대법상 기준이 삭제되지 않을 경우 혼합판매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폴사인제 고시 폐지가 상표표시 자체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부당성을 판단하는 내용만 일반고시로 바뀌었을 뿐 그대로 남아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유소 상표표시 고시가 없어진다고 해도 거기에서 언급되어 있는 내용들은 일반 고시에서 규정하는 부당한 상표표시 행위에 모두 해당된다"며 주유소 고시 폐지가 상표표시 자체의 폐지로 잘못 이해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공정위는 주유소 상표표시 고시를 폐지하는 대신 일반 표시 광고 유형 고시에서 '제조자 식별이 곤란한 제품을 다수 사업자로부터 구입, 판매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사업자가 공급한 제품만 판매하는 것 처럼 그 사업자의 상표 또는 상호를 표시, 광고 하는 행위는 부당한 표시 광고에 해당된다'는 내용을 신설했다.

◆유통구조개선 효과는?

주유소 상표표시 고시가 폐지되면 여러 정유사 제품을 혼합, 판매하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공정위는 분석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형할인점들을 통한 석유제품 판매(주유소 영업)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이마트는 유류담당 경력사원 모집에 나서 석유제품 유통사업 진출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농협중앙회 역시 지역농협 100곳에 주유소를 신설하고 중장기적으로 전국에 1500여개의 주유소를 확보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농협은 신설되는 주유소를 포함해 500개 농협 주유소에서 유통마진을 최소화한 유류 공급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 또한 지방 주유소 사업자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폴사인제 폐지를 주도했던 주유소 업계가 스스로의 발등을 찍는 '자충수'를 뒀다는 것.

주유소업계는 최근 신세계이마트측에 공문을 보내 "기존 주유소들도 영업마진이 1%대에 머물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서 대기업인 대형마트들이 주유소 시장에 뛰어든다면 영세 자영 주유소사업자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라며 석유유통사업 진출 계획 재검토를 요청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유통업계들은 이미 시장이 확고히 형성돼 있는 대도시 보다는 부지 확보가 쉬운 지방을 중심으로 석유유통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주유소 사업자 스스로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지방 주유소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에서 퇴출돼 정유사 직영의 주유소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품가격 인하효과는

이번 정책 추진으로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실제 소비자가격이 얼마나 인하될 것인가에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고시 폐지를 추진하면서 '석유제품 유통시장에서의 경쟁여건 조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을 뿐 실질적으로 가격인하에 대해서는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철저하게 선택은 소비자의 몫일 뿐이라는 것. 그러나 가격 인하보다는 오히려 제품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정유사는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매년 수천억원을 투입해 자사 폴을 달고 영업하는 주유소에 시설과 장비는 물론, 운영 노하우와 물류, 각종 이벤트도 지원한다.

고유가 지속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보너스 포인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제품을 섞어팔고 폴을 달지 않는 주유소에는 이 같은 지원할 이유가 없어진다. 이에 따라 주유소들은 이 비용을 각자가 부담을 해야하고 이는 고스란히 판매가격에 전가시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엔 없다는 분석이다.

또 제휴카드 발급은 물론 서비스의 전체 구도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에 따라 주유 관련 신용카드가 전면적으로 교체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신한카드의 '신한GS칼텍스 보너스카드'는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주유 시 리터당 40원을 할인해준다.

그러나 상표표시제가 폐지될 경우, GS와 SK를 섞은 기름에 대해서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을 어떤 방식으로 해줘야 할 지 결정을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 지, 어떤 제휴를 할 지 협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유업계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 방안을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유업계 "조용히…대응 준비 중"

현재 정유업계는 고시 폐지로 정부의 전체적인 틀은 잡혀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대응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세부방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어서 좀 더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폴사인제에 대해 너무 이론적으로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나 각 정유사들은 영업부서를 중심으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폴사인제 폐지로 인해 석유제품 혼합이 불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자영 주유소에 대한 유통망 관리에 나섰다. 이는 제도가 혼란한 틈에 자칫 품질관리에 소홀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자사 영업망 확충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방의 D 주유소 사업자는 "폴사인제 폐지 발표 이후 정유사의 영업인력들이 지방 주유소를 중심으로 자사 영업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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