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 안전도, 믿을만한가?

입력 2008-05-3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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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국산차에 대한 안전도는 완전한 믿음을 주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국산차는 해외에서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인정받을까? 국산차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의 안전도 성적을 통해 이를 가늠해보자.

미국에 차를 수출하기 위해서는 NHTAS(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의 NCAP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수출인증을 받을 때만 중요하고, 실상은 IIHS(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고속도로 안전 보험연구원)라는 곳에서 평가한 충돌안전성의 공신력이 높다.

IIHS는 미국 자동차보험 회사들의 출연으로 1969년 세워진 기관이다. 다양한 충돌시험 방식이 도입되고 요즘처럼 안전벨트나 에어백 장착이 일반화한 것은 IIHS의 몫이 컸다.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 부상, 재산손실을 줄이는 데 기여해온 것.

이곳에서는 충돌안전성을 크게 네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가장 높은 등급은 G(Good), 그 다음이 A(Acceptable), M(Marginal), P(Poor)의 순이다. P는 사실상 불합격 수준을 말하므로 시장에서의 평가가 달라진다.

IIHS의 평가는 미국 내에서 자동차 보험료를 책정할 때 하나의 기준이 된다. 또한 동급 경쟁차와 한눈에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실시한 테스트에서 혼다 어코드가 최고등급(정면, 측면, 후면 모두 G 등급)을 받을 때 동급으로 분류된 현대 쏘나타는 측면충돌 성적 A로 중위권에 머물렀다.

▲국산 소형차, 사이드 에어백 달고도 안심 못해

소형차(Mini car) 등급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토요타 야리스가 가장 안전한 차로 분류된 가운데, 시보레 아베오(GM대우 젠트라)는 정면 A, 측면 M, 후면 P 등급을, 현대 엑센트(베르나)와 기아 리오(프라이드)는 각각 A, P, P 등급을 받았다. 즉, 어느 방향에서의 충돌에서건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사진설명: 시보레 아베오(GM대우 젠트라)의 측면 충돌 후 모습. B필러가 차체 안쪽으로 심하게 밀려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이들 모델은 사이드 에어백을 기본 장착하고 나온 결과여서 더욱 충격적이다. 국내에서 소형차를 구입하는 이들 중에 사이드 에어백을 선택하는 이들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내수용 모델의 안전성은 이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이들 세 차종은 최근 보험개발원 산하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시행한 테스트에서 하체 부위 안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승용차를 구입할 때 안전성을 주요한 기준으로 삼는 미국인들이라면 이러한 차들은 구매 리스트에서 당장 제외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현대 엑센트와 기아 리오의 미국 판매는 하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동차의 안전도를 평가할 때는 정면이나 측면 충돌시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따라서 후방충돌 때 목 부위 등의 부상 가능성을 따져보게 된다. 현대차의 경우는 전체 라인업 중 베라크루즈(2007년 8월 이후 모델)와 싼타페, 앙트라지(카니발과 동일한 북미 전용 모델) 등 세 모델만 정적·동적 평가에서 G 등급을 받았다. 그리고 아제라(그랜저 TG)와 엘란트라(아반떼 HD), 베라크루즈(2007년 8월 이전 모델) 등은 A 등급을 받았다.

▲베르나와 젠트라, 스포티지 등 목 부위 안전성 취약

하지만 소형차인 엑센트(베르나)와 소형 SUV인 투싼(2008년 1월 이전 모델), 기아 스포티지 등은 최하등급인 P 등급에 머물렀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차의 안전성이 취약함을 드러낸 것이다. 기아차의 경우는 세도나(카니발)와 쏘렌토(2007~2008년형), 옵티마(2005년 9월 이후 모델) 등 세 모델만 G 등급을 받았다.

미국 IIHS의 충돌시험 결과는 산하기관인 고속도로 차량손실통계소(HLDI)가 보험금 지급액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상해 충돌 절도로 인한 손실 보고서’의 기준이 된다. 이들은 최소 조건만 갖추면 좋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NHTAS(미국 고속도로 교통안전국) 평가보다 변별력이 뛰어나다. 상해손실, 충돌손실, 도난손실 등을 메이커별 모델별로 지수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됐으나, 미국에서는 IIHS 설립 이후부터 메이커별, 모델별로 수리성(수리하기 쉬운 정도) 손상성(충돌했을 때의 손상 정도) 등에 따라 보험료가 다르게 산정했다. 미국 보험사들은 해마다 보험금 지급 명세를 분석해 메이커별 모델별로 등급을 조정하는데, 등급 부여에 필요한 준거를 바로 IIHS가 제공한다. IIHS는 보험사들로부터 넘겨받은 보험금 지급 자료를 토대로 분석 자료를 내놓는다.

HLDI는 상해손실지수 외에도 도난손실(Theft losses·절도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을 바탕으로 산출)지수, 충돌손실(Collision losses·충돌로 인한 보험금 지급액을 바탕으로 산출)지수, 메이커별, 모델별 사망률 추산 자료 등을 만들어 보험사에 제공한다.

메이커별 모델별로 보험료가 다르게 책정되는 미국에서 ‘비싼 보험료’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회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보험료는 해당 차의 중고차 가격과 함께 자동차 구매 시 중요한 고려 요소 가운데 하나다. 보험료가 비싸다는 말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들한테서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으로 지급한 금액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안전성과 밀접한 상해손실지수나 도난손실지수, 사망률 추정 통계는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 손해율의 경우에도 최근 1~2년 사이에 공개되어 일반인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으며, 따라서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 네임과 디자인 등에만 의존해 자동차를 고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중대형차의 안전성은 좋아졌으나 소형차는 개선할 필요가 크다는 것이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평가다. 특히 국내에서는 내수용 모델보다 수출용 모델의 안전성이 더 높다고 인식하는 것이 아직 일반적이다. 따라서 내수용 모델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려면 국내 메이커들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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