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어떤 차 골라야 하나?

입력 2008-04-10 17:16 수정 2008-04-1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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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유가가 운전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밝힌 3월 31일~4월 4일 전국 평균 유가(이하 모두 리터당 가격)는 휘발유의 경우 1681.93원, 경유의 경우 1580.75원이다. 특히 3월 첫째 주와 4월 첫째 주 가격을 비교해보면 경유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 기간 동안 휘발유는 1687.87원이던 것이 1681.93원으로 소폭 내렸으나, 경유는 1495.67원에서 1580.75원으로 100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러한 경유 가격은 지난해 휘발유 가격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운전자들의 차 선택 유형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를 사용하는 경차와 대형 승용차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근 2~3년간 인기를 끌었던 경유차의 판매는 부진했다. 이에 따라 올해 2월 휘발유차의 판매 비중은 전체의 63.6%까지 올라갔다.

휘발유차의 이러한 점유율은 2002년 48.6%까지 떨어진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반면 2004년에 35.6%까지 올라갔던 경유차는 올해 2월 22.5%까지 떨어졌다. 이는 경유차 붐이 일기 전인 2001년 수준에 불과하다.

경유차의 판매 부진과 달리 LPG차는 GM대우 레조의 단종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15% 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차, 과연 경제적인가?

경유차는 연료와 엔진의 특성상 휘발유차에 비해 기름을 적게 먹는다. 평균적으로 휘발유차에 비해 15~20% 정도의 연료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엔진 제작비가 휘발유차에 비해 비싸 차값이 비싸다는 게 단점이다. 따라서 구매자들은 비싼 초기 구매비용을 좋은 연비에 따른 유지비용 감소로 보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휘발유 가격의 94% 수준까지 치솟은 경유 가격은 이러한 상식을 무너뜨리고 있다. 경유차 소비자들은 진동과 소음을 감수하면서도 경제성에 이끌려 차를 구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경제적인 메리트가 줄어든다면 구입 욕구가 크게 감소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경유차와 휘발유차의 경제성은 얼마나 차이가 나는 걸까? 비교 조건을 동등하게 맞추기 위해 같은 배기량의 동일한 모델인 현대 쏘나타 2.0 휘발유 모델과 경유 모델을 비교 리스트에 올려보자.

쏘나타 휘발유 2.0 AT 모델의 공인연비는 11.5km/ℓ, 2.0 경유 AT 모델은 13.4km/ℓ다. 연간 주행거리를 2만km로 잡을 경우 두 차의 연간 유류비는 휘발유 모델이 292만5095원, 경유 모델은 235만9328원이다(원 단위는 절사). 그러므로 두 모델간의 연료비 차이는 56만5767원이 된다.

하지만 쏘나타 경유 모델은 휘발유 모델보다 평균 300만원 가량 가격이 비싸고, 다른 차들도 경유차가 몇백만원씩 더 비싼 편이다. 따라서 최소한 5년 이상 차를 바꾸지 않고 굴려야 손해 보지 않는 장사가 되는 셈이다. 물론 5년 이상 굴리면 경유 모델이 경제적인 것만은 확실하다.

▲5년만 굴리면 명품백이 생긴다?

국내에서 경유차는 국산차보다 수입차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국산차의 경우 몇백만원 차이가 구매를 크게 좌우하지만, 수입 모델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 경유차를 판매하는 수입 브랜드는 폭스바겐과 푸조, 크라이슬러, 볼보, 벤츠, 재규어, 아우디 등이다. 이 가운데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 모델 라인업을 가장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 수입차 시장에서 경유 모델 판매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3%의 점유율로 2006년에 이어 선두를 굳건히 지켰다.

반면 아우디는 이들 브랜드 중 경유차를 가장 못 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메르세데스 벤츠가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 경유 모델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근 미디어를 대상으로 장거리 테스트 드라이브를 실시한 바 있다. 서울 강남에서 경남 남해까지 차를 몰고 달리는 이 행사는 폭스바겐 TDI 모델의 경제성과 성능을 입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이번 시승에서 경험한 차는 파사트 TDI 스포츠와 골프 GT TDI. 모두 서울 시내에서는 시승해본 경험이 있으나, 이처럼 장거리 시승은 처음이었다. 내려가는 길에는 두 명의 운전자가 교대로 운전해 연비를 제대로 체크해보기는 힘들었지만 올라오는 길에는 골프 GT TDI를 혼자 몰았기 때문에 연비 체크가 가능했다.

골프 TDI의 공인 연비는 15.7km/ℓ로 동급에서도 상당히 우수한 편에 속한다. 이 연비는 시가지 주행 모드로 공인받은 것이기 때문에 과연 장거리 정속 주행 때는 연비가 얼마나 나올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 차를 넘겨받았을 때 트립 컴퓨터에 나타난 연비는 11.3km/ℓ. 이 차의 공인 연비를 생각할 때 전임 운전자가 비교적 과격하게 몰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골프 TDI는 장기인 ‘짠물 연비’를 제대로 보여줬다. 달릴수록 점점 늘어나는 연비는 서울에 도착할 때 최종적으로 18.3km/ℓ를 기록했다. 순간 최고시속 130km, 평균 주행시속 95km로 달린 결과다.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시속 100km로 달렸으나 올림픽대로를 거치며 평균 시속이 조금 떨어졌다. 폭스바겐코리아가 자체 분석한 결과로는 골프 TDI가 동급 휘발유차에 비해 연간 80만원 이상 유류비가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5년간 굴리면 400만원 이상 절약되니 명품 핸드백이 공짜로 생기는 셈이다.

▲주행 여건에 따라 선택 다를 수 있어

그러나 경유차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가지 주행 때는 그리 재미를 보지 못한다. 골프 TDI의 경우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주행 때는 연비가 11~12km/ℓ 정도에 머물렀다. 장거리 주행이 많고, 신호가 많지 않은 도로를 주로 달리는 운전자일수록 경유차의 혜택을 많이 본다는 얘기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권영주 과장은 “조심스럽게 운전할 때 연비가 좋게 나오는 차는 많지만, 폭스바겐처럼 경제적이면서도 운전의 재미까지 주는 차는 많지 않다”고 강조한다. 즉, 경유차를 ‘경제적’인 것에만 초점을 두지 말고 휘발유차와 다른 운전의 재미를 맛보라는 얘기다.

권영주 과장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내구성’이다. 그는 “경유차를 생산하는 업체는 많지만 초기 품질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업체들은 찾기 힘들다. 그 점에서 폭스바겐은 가장 뛰어나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국산 경유차의 인기가 시들한 것도 그의 말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국산 경유차의 경우 1~2년만 굴리면 처음보다 훨씬 시끄러워지는 사례를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연료분사장치가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일어난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훨씬 구조가 복잡해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대체로 아직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시끄럽다. 특히 공회전과 저속 주행 때는 그 차이를 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진동도 휘발유차에 비해 많이 전달된다.

그러나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그 차이는 거의 느낄 수가 없다. 또한 연비는 휘발유차에 비해 우수하며, 토크가 높아 가속력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러한 점들이 경유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2천만원대 이하의 국산차를 구매하는 이들에게 3~400만원의 가격 차이는 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최하 3~4천만원하는 수입차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복잡한 시내만 왔다 갔다 하는 이들은 연비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연비가 뛰어난 차를 원한다면 아직까지는 경유차가 최적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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