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기술센터’, 삼성전자 새 딜레마로 급부상

입력 2008-04-01 18:09 수정 2008-04-0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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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공장 신설, 지역의 모바일 육성 요구 맞물려 ‘곤혹’

삼성전자가 고민에 빠졌다. 회사가 대내외 사업환경 악화 때문에 '스톱' 상태인 경북 구미시 '삼성기술센터'의 공사 재개를 요구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구미지역 시민단체인 구미미래연구회는 1일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공사 중단과 관련, 즉각적인 공사 재개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최근 삼성전자측 고위 관계자가 최근 '지역대학으로부터의 우수인력 확보의 어려움과 수도권 인력의 구미 근무 기피 등을 이유로 기술센터 건립이 어렵다'고 발언한 사실을 들어 "지역 대학 상황과 구미의 정주 여건을 모르지 않았을 삼성전자가 구미시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발전을 위해서도 구미기술센터는 건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구미시, 정치권도 목소리 높여

문제는 이 같은 주장이 한 시민단체의 돌발행동이 아니라 구미 시민사회의 주도적 여론이라는 점이다. 이 단체 외에도 구미경실련 등이 금오공대를 비롯한 지역대학 총학생회와 연계한 집단대응을 계획하고 있으며 지역여론 악화와 총선 표심 이탈을 우려한 구미시와 정치권 등도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어서 삼성전자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번 4.9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환 의원(구미을)을 비롯해 한나라당 김성조(구미갑), 이재순(구미을) 의원 등 출마자들은 ‘구미 삼성기술센터’의 건립공사가 재개돼야 한다는 공통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김성조, 김태환 의원은 남유진 구미시장과 함께 지난해 9월 구미기술센터 공사 재개를 강력 촉구하기도 했다. 김태환 의원실 관계자는 "당시에도 국가 성장동력산업인 모바일산업의 R&D 환경 구축과 대구·경북을 모바일산업 집적 벨트로 발전 육성하기 위한 모바일산업 특구 지정, 모바일산업 진흥특별법 제정을 건의했었다"며 "가뜩이나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공사 재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는 경북 구미시 임수동 구미사업장 내에 오는 2009년까지 연면적 12만5400㎡에 지상 20층, 지하 4층 규모의 휴대전화 연구개발 기술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수용 예상 연구원 수만 해도 5000여명에 달하는, 메머드급 R&D센터로 지역민들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10% 공정률을 보이던 그해 8월 들어 삼성전자 측은 경영상황 악화를 들어 돌연 공사 중단 및 무기한 연기를 선언했다. 이 건물은 현재 회사 측이 가림막을 설치해 놓았지만 장기간 방치되면서 흉물로 변할 우려마저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구미시와 시민들은 공사 재개를 촉구하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최근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장병조 부사장이 간담회에서 "지금은 구미기술센터 공사를 재개할 시기가 아니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구미미래연구회 측은 "누구보다 앞장서 센터 건립을 추진해왔고 지난해 3월 기공식까지 주도한 당사자가 '공사 재개 불가' 입장으로 돌아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그래도 대기업의 '약속'인 만큼 언젠가는 이행될 것으로 믿었던 지역주민들에게는 사실상의 '백지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베트남 휴대폰공장 발표로 '우려' 더욱 커져

더구나 지난달 말 삼성전자가 6억7000만달러를 들여 베트남 북부 박닌성 옌퐁공단에 연간 최대 1억대 규모의 휴대전화 공장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면서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구미 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구미가 곧 삼성이고, 삼성이 곧 구미인 상황에서 삼성 측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삼성의 베트남 휴대전화 공장 착공과 맞물려 구미 사업장이 축소되고 지역 모바일산업 육성이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삼성이) 계속 미적거리며 덮어두려 하지 말고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미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구미시의 수출액 350억달러 중 절반을 삼성전자가 차지했으며 특히 연간 8000만대를 생산하는 구미2 휴대폰 공장이 구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구미공장은 지난해 23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1만2300여명의 임직원과 450여개 협력사를 두고 있는 국내 최대 단일 사업장이다.

금오공대 관계자는 "회사는 수출 물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정보통신총괄의 수원 일원화, 구미공장 협력사 정리, 외주 물량 축소 등을 통해 (구미공장의) 기능을 축소해왔다"며 "또 이기태 부회장에서 최지성 사장으로의 교체, 정보통신사업을 통한 경영권 승계 등 여러 상황들이 이미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관계자는 "공사 중단의 명분이 '대내외 환경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였으나 특검조사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지역민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다른 경북대 관계자는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 지역 경제 부흥과 지역민과의 신의를 위해 경영상의 위험 감수를 강요하는 것은 어찌 보면 무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베트남 휴대폰 공장은 저가 휴대폰 생산을 맡고 프리미엄 휴대폰은 구미공장에서 계속 생산하며 올 생산규모도 8000만대를 유지할 것"이라며 "지난해 8월 삼성기술센터 공사 중단 결정이 내려졌지만 재개 여부는 경영상의 결정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만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한국 구미공장과 중국(심천ㆍ해주ㆍ천진)과 인도(노이다), 브라질(캄파나스)에서 연간 1억6000만대의 휴대폰을 생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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