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차 시대의 종말…연명 노린 독일의 오산

입력 2018-03-0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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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일자리 유지 위해 親 디젤 정책 펼쳤으나 역풍 맞아…도요타, 올해 유럽서 경유 차량 판매 종료 선언

▲독일 신차 판매 중 경유 차량 비중 추이. 단위 %. 출처 블룸버그
▲독일 신차 판매 중 경유 차량 비중 추이. 단위 %. 출처 블룸버그
유럽에서 경유 차량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독일 법원이 경유 차량 주행 금지를 허용하고 업체들도 디젤엔진 퇴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일자리 확보 등을 위해 경유 차량 퇴출에 미온적이었던 독일 정부가 역풍을 맞게 됐다고 6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분석했다.

독일 연방 행정법원은 지난달 말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유 차량 도심 주행 금지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독일 70개 도시에서 경유차 1000만 대 이상이 이번 판결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판결에 이어 독일 제2도시 함부르크는 4월부터 일부 도로에서 경유 차량 운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다임러와 포르쉐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도 2019년에 비슷한 조치가 도입될 전망이다.

경유 차량을 당분간 유지하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표명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도 이번 판결은 오산이었다. 앞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가을 프랑크푸르트 국제 오토쇼에서 “디젤은 독일 자동차 산업에 있어 여전히 필요한 기술”이라며 “앞으로 수십 년 동안 경유 차량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자동차 산업 전문 싱크탱크인 자동차경영센터(CAM) 슈테판 브라첼 대표는 법원 판결에 대해 “산업 추세를 보고도 못 본 척했던 정부의 오랜 정책 실패가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바겐의 2015년 배기가스 시스템 조작 스캔들에도 독일 정부는 약 80만 명 일자리가 걸린 자국 자동차 업체들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자 경유차 관련 산업 연명 정책을 내세웠다. 지난해 8월 열린 정부·지자체·자동차 대기업의 ‘디젤 서밋’에서 정부는 업체 부담이 적은 소프트웨어 개선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서도 경유 차량의 종말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도요타 유럽법인 최고경영자(CEO)인 요한 반 질 전무는 제네바 모토쇼 개막 하루 전인 5일 “고객은 디젤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며 “유럽에서 올해 이후 출시할 신차에는 디젤 엔진을 탑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항해 이산화탄소 삭감 수단으로 ‘클린 디젤’을 내세웠으나 이들도 경영 방침을 전환하고 있다. 스웨덴 볼보와 프랑스 르노 등 일부 업체는 새 디젤 엔진을 개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도 이런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특히 독일은 그동안 견고했던 경유 차량 보급 민관 일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폭스바겐의 마티아스 뮐러 CEO는 지난해 12월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경유 차량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폐지하고 이를 전기차 등 친환경차 개발 재원으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메르켈 총리가 “디젤 보조금을 손댈 생각은 없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민관 관계에 금이 간 것은 분명하다. 독일은 국책으로 경유 차량을 우대해 경유가 휘발유보다 10% 이상 저렴하다.

소비자들의 경유 차량을 꺼리는 움직임도 확산해 독일 정부는 새 트렌드에 맞춰 산업정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독일의 지난달 신차 판매에서 경유 차량 비중은 32.5%로, 2년 전과 비교하면 15%포인트나 낮아졌다. 독일 리서치 업체 DA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년 된 경유 중고차 가격은 신차의 52.6%로, 같은 해 1월보다 3.4%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신차 대비 가격이 0.8%포인트 오른 7.2%를 기록한 휘발유 차량과 대조된다.

법원 판결은 2015년 이전 판매된 경유 차량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휘발유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차량 등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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