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기술유출 비난에 적극 대처하겠다"

입력 2008-03-11 15:13 수정 2008-03-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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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 "생존을 위한 경영활동으로 봐야"

대만으로의 반도체 기술 제공 계획이 알려지면서 ‘기술 유출’ 비난을 받아온 하이닉스가 그동안의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하이닉스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쟁업체 등에) 더이상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며 "반도체 업계의 추세와 상계관세 회피, 원가 절감 등 기술이전의 당위성을 보충하는 논리들을 통해 기술유출론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기술유출' 논리에 집중하다 보니 업계 현황과 업종 특성마저 잊는 분들이 생기는 것같다"며 "하이닉스에서는 치열해지는 국제경쟁 속에서의 생존 문제이며 양산기술을 놓고 '국가 중대기술 유출'이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는 올해부터 국내 업체들이 양산에 돌입할 예정인 54 나노급 양산기술을 D램 제휴 파트너인 대만의 프로모스에 제공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최근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창규 사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기술유출 논쟁'이 벌어졌고 정부(지식경제부)의 승인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와중에 프로모스가 하이닉스반도체가 아닌 미국업체 마이크론에게서 50나노 이하 D램 공정기술을 도입하려 한다는 대만 언론의 보도까지 나오면서 '기술유출론'은 (하이닉스로 인한) ‘D램업계 고사론’으로 이어지면서 하이닉스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런 하이닉스가 공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하이닉스의 입장에 동조하는 우군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에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부정적 여론이 득세하던 초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11일 동양종금증권과 푸르덴셜투자증권은 각각 하이닉스의 입장을 옹호(?)하는 보고서를 냈다.

동양종금증권은 “전날 발표된 마이크론과 프로모스와의 제휴는 성사 가능성이 낮다”며 투자의견은 ‘매수’를, 목표주가는 3만원을 유지했다.

김현중 연구원은 “하이닉스는 기술 및 원가 경쟁력은 높지만 자금력 부분에서는 크게 나은 상황이 아니다"며 "하이닉스와 프로모스 모두 서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푸르덴셜투자증권 역시 '하이닉스의 기술 이전은 필요악'이라는 입장이다. 프로모스로의 54nm 기술 이전이 지연될 경우 프로모스와 하이닉스의 제휴관계는 단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현 애널리스트는 “첨단기술의 해외이전이 국부 손실로 이어질 위험도 있지만 ‘첨단기술 보호’의 논리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당장 경쟁업체 수준의 설비투자를 할 자금력이 없는 하이닉스로서는 생산 제휴가 절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타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날렸다.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진 전 장관은 1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 행사장에서 "기업 생존을 위해 투자유보액 보다 많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하이닉스가 대만 프로모스에 기술을 제공하고 반도체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해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냐"며 하이닉스를 두둔했다. 생존을 위한 경영활동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진 전 장관은 이어 "국민연금 같은 기관에서 하이닉스 지분을 확보해 투자를 지원하는 것은 모를까, 하이닉스 지분을 갖고 있는 채권단도 현 상황에선 자금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영활동을 막았다 하이닉스가 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CEO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하이닉스에 공적 성격의 자금이 투입된다면 국내 경쟁업체들부터 가만 있었겠느냐"며 "경쟁업체이기도 한 삼성(황창규 사장)이 업계 현실은 무시하고 국가기술 유출 논리만을 들이대는 것도 옳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기술 이전을 무조건 죄악시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다"며 "소모적 논쟁보다는 설계기술까지 불가피하게 이전되는 것을 막는 데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하이닉스 측은 "마이크론-프로모스 제휴설, 국부유출 주장 등과 상관없이 프로모스와 50나노 공정기술 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하이닉스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들이 터져나오면서 섣부른 기술제휴로 반도체 주도권을 대만에 넘길 수 있다는 '국부유출론'과 합종연횡이 활발한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의 현황을 외면했다가 한국 반도체 업계가 고립무원에 이를 수 있다는 '외톨이론'의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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