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시대 끝났나…흔들리는 미디어 제국

입력 2017-11-08 08:53 수정 2017-11-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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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폭스, 자산 대부분 월트디즈니에 매각 추진…잇따른 악재와 미디어 산업의 변화로 ‘선택과 집중’ 전략 나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흔들리고 있다.

86세의 머독은 TV 방송국에서부터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 신문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미디어 제국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번 주 머독의 21세기폭스가 스포츠와 뉴스 부문을 제외한 자산 대부분을 월트디즈니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 머독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디즈니의 로버트 아이거 최고경영자(CEO)에 의해 이런 논의가 시작됐으며 현재 가격 등 계약 조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주목할만한 것은 머독과 그의 두 아들 라클런, 제임스가 미디어 제국 핵심 중의 핵심인 21세기폭스를 매각 대상에 올려놓았다는 사실이다. FT는 머독이 수십년 간 구축했던 자신의 제국을 이제는 스스로 해체할 수 있는 과정을 시작했다며 경쟁사인 타임워너 인수·합병(M&A)과 같은 ‘빅딜(Big Deal)’이 없다면 해체가 정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머독의 미디어 제국이 이런 처지에 놓일 것이란 상상은 전혀 할 수 없었다. 머독은 다른 회사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면서 덩치를 키워왔으며 주위의 우려를 일축하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성향으로 유명했다. 그는 1996년 미국에서 보수언론의 대명사가 된 폭스뉴스를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미디어 업계는 진보적인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모두가 머독의 실패를 점쳤으나 폭스뉴스는 미국 1위 시청률을 자랑하는 방송국으로 성장했다.

머독은 2005년에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의 시초로 일컬어지던 마이스페이스를 5억8000만 달러(약 6458억 원)에 인수했으나 이는 실패로 끝났다. 이에 굴하지 않고 머독은 2년 후 50억 달러에 월스트리트저널(WSJ)로 유명한 다우존스를 사들였다.

그러나 불과 5년여 만에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머독의 입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난 2011년 168년 역사를 자랑했던 머독 소유의 영국 일요판 신문 ‘뉴스오브더월드’가 폐간했다. 기자들이 경찰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정치인과 유명인사들을 해킹, 도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

여기에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해 머독의 영향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머독은 상황 타개를 위해 지난 2013년 자신의 미디어 제국인 뉴스코퍼레이션을 언론·출판 담당의 뉴스코프와 영화와 TV 등 영상사업이 중심인 21세기폭스로 쪼갰다. 2014년에는 21세기폭스와 타임워너 합병을 추진했으나 결국 실패로 끝났다.

이에 그는 2015년 차남인 제임스 머독을 21세기폭스의 최고경영자(CEO)로 끌어올려 사실상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이양했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보수언론의 대표인 폭스뉴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 와중에 로저 에일스 전 회장과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 등이 성추행 파문으로 퇴진하면서 폭스뉴스의 신뢰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결국 머독은 자신의 사업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시점에 오게 된 것이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와 아마존닷컴 등이 공격적인 콘텐츠 확보로 디지털 경쟁의 선두에 서게 된 것이 21세기폭스가 디즈니와 매각 논의를 한 근본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 등은 스트리밍이라는 탄탄한 사업모델을 바탕으로 자체적으로 대량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폭스의 간판사업을 압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내년에 무려 80억 달러를 TV 드라마와 영화 등 자체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폭스는 넷플릭스와 아마존 등이 주도하는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자사가 현재 경쟁력을 보유한 뉴스와 스포츠 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섰다. 니드햄의 로라 마틴 애널리스트는 “디즈니로의 매각 추진 논의가 처음 공개된 전날 폭스 주가가 9% 폭등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폭스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디즈니 산하로 들어가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TIG리서치의 리치 그린필드 애널리스트는 “전통적인 미디어 분야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옮겨가고 있는 역풍이 더 커지고 있다. 폭스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유일한 방안은 매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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