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자고 우리 정부에 공식 요구해 양국 통상 정책 실무진이 참여하는 특별공동위원회가 조만간 꾸려질 전망이다. 특별공동위 개최는 협정문에 따라 양국 모두 요구할 수 있으며, 양국이 달리 합의하지 않는 이상 30일 이내에 개최하게 돼 있다.
통상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미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에 대해 13일 “협정문에 따라서 개최 시기와 의제 등을 실무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다.
공동위가 만들어진다면 양국은 첫 협상 못지않은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일 전망이다. 우리 정부는 공동위 개최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는 모습이다.
산업부는 미국의 특별공동위 개최 요구로 인해 재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미 FTA는 ‘일방 당사국의 요청’으로 특별공동위가 의무적으로 개최되도록 규정돼 있고, 공동위 자체에서 개정을 고려하고 심지어 양허 사항까지 수정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공동위에서 양국이 합의하에 결정을 내려야 개정 협상 단계로 넘어간다는 설명이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개정 협상은 공동위에서 양국이 합의할 때만 개정 협상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한국은 개정에 합의한 바 없으며 미국의 공동위 개최 요구만으로 개정 협상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우리가 협정 개정에 합의해 주지 않더라도 미국 측이 한미 FTA 협정 파기를 선언한 뒤 재협상을 제안해 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 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시작되면 미국은 우선 자동차와 철강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 부분에 요구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의 무역적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보고서는 무역상대국에 불리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미국 정부는 이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나라를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한미 FTA 체결 시 쟁점 중 하나였던 미국산 의약품 가격 산정 문제를 미국이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외에도 법률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반면 우리 정부와 업계는 미국 주장에는 오해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미 FTA 체결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은 한국 자동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또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대미 흑자는 갈수록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2015년 사상 최고인 258억 달러를 기록한 뒤 지난해에는 232억 달러로 전년보다 26억 달러 줄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우리도 우리 이익을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고 양국 간 이익 균형을 맞추는 당당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