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보이는 옐런-트럼프의 ‘오월동주’

입력 2017-06-1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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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발톱을 숨긴 채 아슬아슬하게 평화를 유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살얼음판 위에 나란히 서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옐런 의장의 관계는 지금 당장 틀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옐런 의장은 14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재임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임기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는지, 재임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말에 그는 “내년 2월에 끝나는 연준 의장으로서의 임기를 채우는 것이 목표”라며 “현 시점에서는 어떤 것도 밝힐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앞으로 계획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옐런의 임기는 내년 2월 3일까지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4년 2월 초 벤 버냉키 전 의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작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는 옐런 의장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 집권 시 연준의 독립성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를 키웠다. 트럼프는 “옐런 의장이 민주당을 돕고자 저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인프라 투자 등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정책 공조에서 엇박자를 내면서 대립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고 나서 옐런 의장과 순탄한 관계를 이어나갔다. 지난 4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옐런 의장을 재지명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선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트럼프는 내년 2월 임기가 만료되면 옐런은 의장으로서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에 “끝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옐런을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뒤 트럼프가 공개적으로 연준에 문제 제기를 한 적도 없다. 이는 트럼프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외압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큼 국가기관에 대해 독립성을 지켜주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라고 WSJ는 전했다. 지난 3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6월 추가 인상을 시사했을 때도 트럼프는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둘 사이의 평화는 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WSJ에 따르면 백악관이 옐런의 뒤를 이을 차기 의장으로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알려졌다. 콘 위원장 주도로 백악관은 차기 연준 의장을 물색하고 있는데 콘 위원장이 자신을 후보에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익명의 관계자는 밝혔다. 콘 위원장은 골드만삭스에 26년간 몸을 담았던 월가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고문이다. 그는 최근 미 하원을 통과한 도드-프랭크법 폐기 법안을 강력하게 지지하며 트럼프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했다.

트럼프와 옐런 사이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인 이유는 정책 목표 자체가 다른 탓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최소 3%로 잡았다. 반면 연준은 고령화 등을 고려해 2% 안팎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빠른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면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맞지 않다. 금리 인상은 경제 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통설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피터 콘티-브라운 재무학 교수는 “연준의 태도가 위협적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시에는 분명히 지금보다 트럼프는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 노선과 엇박자를 내는 옐런 의장을 갈아치우면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연준 이사회는 7석 중 2석이 공석이다. 옐런 의장과 스탠리 피셔 부의장이 각각 내년 2월, 6월에 임기가 끝나면 트럼프는 총 4명의 연준 위원을 임명할 수 있다.

한편 트럼프와 옐런은 모두 1946년생, 뉴욕 주에서 태어난 공통점이 있지만, 성향은 정반대다. 뉴욕 주 퀸즈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직감에 의존하고 학구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다. 반면 브루클린 출신의 옐런 의장은 직감보다 논리, 이성에 따른 판단을 중시한다. 휴식을 취할 때도 항상 책으로 가득 찬 여행가방을 꾸리는 옐런은 천상 경제학자라고 WSJ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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