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사옥 경쟁하는 실리콘밸리 IT 공룡들...약진일까 허세일까

입력 2017-05-16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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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엔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인 르네상스 센터, 뉴욕엔 보험사 메트라이프 빌딩. 이 두 빌딩 모두 현지의 정체성을 각각 잘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도 IT 산업의 결정체답게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신사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IT 업계가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면서 시가총액이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나는 가운데 주요 IT 기업들이 호화로운 신사옥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새로운 본사 캠퍼스인 애플파크다. 손바닥 안의 PC를 구현한 선구자답게 애플은 애플파크 역시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구현했다는 평가다. 쿠퍼티노에 있는 옛 사옥의 반대편에 지어진 애플파크는 우주선을 연상케하는 원형으로 26만㎡ 부지에 경계선이 없는 곡면 유리로 된 외관, 애플의 대표작인 맥북에어의 디자인을 본 딴 극장 등이 특징이다. 총 50억 달러가 투입된 신사옥 건설 프로젝트에는 건축가도 100명이나 참여했다고 한다.

▲애플 신사옥의 외관.
▲애플 신사옥의 외관.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과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도 프랭크 게리, 비야케 잉겔스 같은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고용해 신사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시애틀에 본사가 있는 아마존닷컴은 거대한 유리 구를 건설 중이며 그 안에 회사 이름을 연상시키는 아마존 같은 우림을 조성할 예정이다. 미국 고객정보관리(CRM) 서비스 대기업 세일스포스닷컴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높은 61층짜리 고층 타워에 자사 이름을 붙이는 계약을 맺었다.

IT 업계의 신사옥 건설 경쟁에 대해 루이스 모진고 UC버클리대(도시 디자인) 교수는 “파라오가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시절부터 돈 많고 부유한 사람들은 자신의 권력을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건축물을 지어왔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런 신사옥 건설은 IT 업계의 새로운 트렌트라고 말한다. 다만 과거 전성기를 누리던 GM이나 메트라이프의 본사 건물은 층고(層高)로 그 위세를 과시하지만 실리콘밸리는 층고는 낮지만 실용적인 디자인과 넓이로 그 위용을 과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건축 사무소 젠슬러에서 설계를 담당하는 랜디 하우더는 “실리콘밸리에서는 항상 실용성이 중시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로 들어서는 실리콘밸리의 사옥들은 기업의 정체성을 반영하도록 설계된 것이 많다. 아마존은 지난주 시애틀의 신사옥에 설치한 거대 유리 구체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10년 전부터 구글 신사옥 설치를 기획하고 있는 알파벳은 자사의 개방적인 문화를 나타내고자 유리 캐노피를 설치했고, 2015년 완성된 페이스북의 본사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의 캐주얼한 일면을 표현했다. 이런 붐의 일각을 담당한 게 고 스티브 잡스 애플 CEO다. 2009년 그는 실리콘밸리에 새로운 본사를 건설하기로 하고, 뉴욕 허스트타워를 설계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게 협력을 요청했다. 2011 년에 건설 계획을 발표한 이후 애플의 디자인 팀은 실내의 스프링클러에서 문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 관여해왔다.

하지만 IT 대기업들의 이처럼 화려한 신사옥 건설의 난립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캘리포니아대의 모진고 교수는 “사옥을 기업의 얼굴로 이용하는 풍조가 언젠가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사옥에 얽매이게 되면 역동적인 시장에서 활기를 잃고 혁신이 손상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만큼 자본을 한번에 투자해 버리면 기업으로서의 성격도 바뀌어 버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사옥에 집착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도 있다.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2000년 신사옥을 오픈했지만 하필 그때 불어닥친 닷컴버블 붕괴로 실적이 악화, 2010년 오라클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이후 썬마이크로시스템스에는 2011년 페이스북이 둥지를 틀었다. 다만 페이스북은 성공에 자만하지 않도록 직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썬마이크로시스템스의 로고를 그대로 남겨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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