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3월 글로벌 판매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현대차그룹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특히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의 여파가 충격적인 실적 저하로 나타나면서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상승세를 타던 주가 단기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는 모양새다.
증권가는 현대기아차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를 잇따라 하향 조정하며 상반기까지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주가가 하락하는 현시점이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거래일보다 2000원(1.32%) 하락한 15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도 각각 1.10%, 2.76% 내렸고 현대위아 역시 2.42% 하락했다.
이같은 하락세는 지난달 중국에서 한국산 자동차 판매가 반토막나는 등 중국의 사드 보복 우려가 제조업까지 번지며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중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44.3% 감소한 5만6026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으며, 기아차 역시 1만6006대를 판매해 68.0% 감소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판매 둔화와 부정적인 환율 등으로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이 2분기까지 계속되겠지만, 하반기에는 다수의 신차 투입이 예정돼 있고 점진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중국 내 불확실한 상황은 4월까지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완성차의 경우 중국의 이익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낮으며, 3월 들어서는 내수시장 및 해외시장의 판매 호조가 기대되고 있어 중국 이슈에 따른 주가 조정은 저점매수 전략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생산법인은 조인트벤처(JV)로, 딜러는 95%이상 독점 딜러”라며 “중국 파트너사인 북경기차와 1057개 딜러의 경제적 이익도 연결되어 있어 반한 감정만으로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장기적으로 단기적인 리스크에서 벗어나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주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 시장의 수요 회복이 기대되지만 장기적인 주가에는 중국지역에서의 사업안정화와 경쟁력 제고가 더 중요한 영향 요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중국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익 저해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