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세종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입력 2017-03-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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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장(세종시 지원위원회 위원)

문화·예술 정책이나 예산, 우리 기관의 인력 충원 같은 문제를 관계부처와 논의하기 위해 가끔 세종시를 찾곤 한다. 협의할 사안을 챙겨 정부청사를 방문하고는 곧장 다시 귀경길에 오르는 건조한 출장을 반복하던 어느 날, 세종시로 이사 온 사촌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커피향 그윽한 카페에는 사무공간에 앉은 공무원 대신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와 그를 바라보는 엄마, 수다스러운 세종시 아줌마들의 다양한 표정이 자리하고 있었다.

벌판에 덩그러니 지어진 정부청사, 편의시설도 제대로 없는 정주환경에서 늘 보는 사람들끼리의 위계적 생활이 얼마나 힘들겠냐며 공무원을 염려하던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러더니 어느새 극장과 마트가 들어서고, 근사한 디자인의 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하는 등 세종시가 변화하고 있음을 요즘 새삼 느낀다. 세종은 매년 20% 이상 인구가 증가하고 시민의 평균 연령이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특히 세종은 잘 갖춰진 학교 교육을 기대하며 주말부부의 삶을 기꺼이 선택한 신세대 아이 엄마가 찾을 정도로 의욕적인 신도시가 돼 있었다.

최근 행정수도 완성론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기업 투자와 대학 유치, 의료시설 확충, 친환경 스마트 도시 지향 등 국가대표 계획도시의 건설을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박물관 단지와 아트센터 건립, 한문화 단지 조성 등 문화·예술 환경을 만들기 위한 계획이 적극 추진되고, 세종대왕과 한글을 내세우는 대표 브랜드 만들기, 예술인 거주를 유도하는 창작마을 조성사업까지 더해질 경우 관광산업이 활성화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통문화에서부터 최신 문화산업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시설과 볼거리를 갖춰 활발한 공연과 전시 활동을 유도하면 세종시를 찾는 사람이 늘고 홍보와 재정 증대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일명 세종 문화설계도도 그려지고 있다.

미래의 세종시 거리를 상상해본다. 글쎄, 한류공연을 보기 위해 몰려다니거나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남기고픈 관광객보다 가족과 함께 삶을 즐기는 여유로운 시민을 만나고 싶다는 서울 사는 사람의 이기적인 바람이랄까. 그저 세종시가 서울이나 경주의 ‘성공적’ 사례를 편집하고 재현한 곳이 아니라, 우리 행정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도시 정주형태를 구현하는 곳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또 편리함이나 부유함보다 사람 간의 소통과 따뜻함에 관심 있는 가슴 깊은 도시, 방문객의 시선보다 살고 있는 사람의 삶에 관심을 집중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 이를 위해선 팔리기를 기대하는 문화상품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해 표현하고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는 기초예술활동의 교육과 감상을 위한 공간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유린되지 않은 예술인 마을이 시민들에게 즐거운 도전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교한 정책적 실행이 필요한 때다. 돈으로 얻을 수 없는 삶의 기쁨에 주목하고 냉철한 국가적 계획에도 따뜻한 영감과 열정을 불어넣는 그런 세종시를 나는 찾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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