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지적당하고 방청객에선 웃음… '이중고' 겪은 대통령 대리인단

입력 2017-01-25 19:17 수정 2017-01-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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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피청구인(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하시는 건가요?"

25일 열린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주심인 강일원(58·사법연수원 14기) 헌법재판관은 대통령 측에 이같이 질문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인 송재원(55·16기) 변호사는 증인으로 나선 유진룡(6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블랙리스트는 꼭 (반정부 인사를) 지원하지 말라는 취지가 아니라 '유의해서 판단해라'는 의미일 수 있는데, 이런 리스트라면 작성이 가능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질문을 들은 강 재판관이 '블랙리스트를 인정하는 것인가'고 지적하자 방청객에서는 웃음소리가 나왔다.

송 변호사는 유 전 장관에게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작품에도 혜택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으시죠"라고 물었고, 유 전 장관은 "그런 공무원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송 변호사는 이어서 최근 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적절' 논란이 있는 문화 예술계 인사들에게는 정부 지원을 하면 안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유 장관은 "판단이 아닌 사실만 물어보셔야 한다"며 "판단을 요구하는 건 재판관님들이 반대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헌재는 증인신문 전에 '의견이 아닌 사실에 관해 질의하라'고 매번 주의를 주고 있다. 신문에 나선 대통령 대리인이 증인에게 오히려 '훈계'를 당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재판관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증인의 답변 태도가 부적절하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재판관도 있었다.

송 변호사가 "증인을 문체부 장관으로 추천한 것은 누구냐"가 질문한 데 대해 유 전 장관은 "모른다"고 답했고, "최순실 씨가 추천한 게 아니냐"고 재차 질문이 추궁하자 "그랬으면 굉장히 영광이었겠다"고 응수했다. 여기서도 방청객 웃음소리가 나왔다. 보다 못한 박한철(64·13기) 소장은 "질문이 부적잘하다보니 증인의 답변 태도가 진지하지 못하다"며 "피청구인 측에서는 취지를 명확히 하고 질문하라"고 지적했다.

이날 대통령 대리인단은 문화계 인사들의 이념 성향을 문제삼는 질문도 이어갔다. 송 변호사는 "문화계 인사 대부분 좌파성향이 있다고 증언이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유 전 장관은 "좌파와 우파를 정의해서 질문해달라"고 되물었다. 송 변호사가 "대한민국을 보는 시각에 있어 미제국주의에 종속돼 있고, 지주 자본가 계급에 의해 민중이 수탈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면 좌파"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자 강 재판관은 "지금 이념 논쟁을 하시는 것이냐, 질문 내용을 들으면 대통령에게 딱히 유리한 내용도 아닌 것 같다"며 "의견을 묻지 말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을 하라"고 제지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전 장관은 이날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내려왔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이 시기 대통령과 면담한 자리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들으셔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그럼 대한민국 사람 모두의 의견을 내가 들어야 하느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장관 취임 초기와 달리 김기춘(78·고시 12회) 씨가 2013년 5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들어오면서 반정부 성향 인사에 대한 '응징'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거짓이 아니라면 김 전 실장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을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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