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레거시(유산)’ 지우기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환경 파괴를 우려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단시켰던 키스톤 XL 송유관과 다코타 대형 송유관 프로젝트의 빗장을 열었다고 24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두 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대통령 지침(Presidential Memoranda)’에 서명하면서 “키스톤 XL과 다코타 프로젝트는 미국 제조업에서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공약 달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직접 파이프를 만들 것”이라며 송유관에 반드시 미국산 철강을 써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캐나다와) 일부 조건을 재협상할 것이고 그들이 원한다면 송유관을 건설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송유관은 화석연료산업과 환경보호주의자들의 광범위한 전쟁의 상징물로 부상했다. 키스톤 XL은 그 논란의 정점에 섰던 프로젝트로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15년 프랑스 파리 기후변화회담 참석을 앞두고 이를 불허했다.
80억 달러(약 9조3300억 원) 규모의 키스톤 프로젝트는 캐나다 앨버타 주에서 생산된 셰일유를 미국의 정유단지로 운반하도록 설계됐다. 셰일유는 일반적인 석유·가스전에 비해 원유 추출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도 그만큼 많아진다.
한편 38억 달러가 들어간 다코타 대형 송유관은 공정이 이미 92% 이상 완료된 상태이나 미주리 저수지 335m 구간 건설을 앞두고 인디언 문화유적 훼손과 식수원 오염을 우려한 항의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 오바마가 지난해 말 이 프로젝트에도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서도 “승인은 우리가 협상할 조건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결정은 트럼프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오바마케어 폐지 수순을 밟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TPP와 오바마케어 모두 오바마의 핵심 레거시로 간주되던 것들이다.
다만 키스톤과 다코타 프로젝트 모두 인디언과 목축업자, 농민, 환경운동가들의 시위와 법적 행동에 직면하고 트럼프가 미국산 철강을 써야 한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걸면서 실제 승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