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헬조선(Hell 朝鮮)’은 그만… ‘헤븐 조선’에 살어리랏다

입력 2017-01-0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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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다시 생각하자… 연령대별 행복의 조건은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 ‘헬조선’이란 말이 등장했다. 헬조선(Hell 朝鮮)은 지옥에 비유될 정도로 희망이 없는 대한민국을 일컫는다. 한국인들의 평균적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신조어로 섬뜩하기 그지없다.

공부를 열심히 해도 금수저가 아닌 이상 장밋빛 미래가 없다고 외치는 10대와 N포세대로 규정되는 20대 젊은이들뿐만이 아니다. 아이 낳는 것이 두려운 나라에서 나 혼자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30~40대와 먹고 살기 바빠 전혀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맞이해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노년층까지 모두 헬조선을 외치고 있다. 헬조선에서 벗어나 ‘헤븐(천국) 조선’을 꿈꿀 수는 없는 것인가. 사상 최악의 국정농단으로 광화문 광장의 촛불이 꺼지지 않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들은 좌절을 넘어 자괴감에 빠졌다.

다시 희망을 꿈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아주 작은 발걸음부터 한걸음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작은 발걸음은 바로 인식의 변화다. 각 세대별 불행 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어떻게 하면 인식의 변화를 통해 스스로 행복한 삶을 찾고 서로 이해하며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연령대별 행복의 조건을 살펴봤다.

△10대, 인생은 성적 순이 아냐… 진짜 내 꿈을 좇아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염유식 교수팀이 발표한 ‘2016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국제비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82점이다. 조사 대상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주관적 행복지수란 조사 대상이 스스로 생각하는 행복 정도를 OECD 평균(100점)과 비교해 점수화한 수치다.

대입을 앞둔 청소년이 모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대한민국에서는 1등, 일류 대학이 아닌 이상 취업도 희망도 없다’, ‘흙수저의 운명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조건 일류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이 도배돼 있다. 10대에게 각인된 1등과 일류. 여기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로 작은 발걸음이란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이들이 말하는 것은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윤지희 대표는 “10대 때 인생 유일의 목표가 대학교란 생각을 갖고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학벌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자아 형성에 가장 중요한 10대에 많은 경험과 독서, 친구들과의 관계 등을 통해 더 질적으로 고양된 삶을 살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를 위해 교육 현장에서 인식의 재정립도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적 지상주의 △대입입시 위주의 교육정책 △사교육 팽창 등 과거부터 지적되어 온 여러 근본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10대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학벌 중심의 문화나 학벌에 가중치를 두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바꿔 나가야 하며, 공부하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힘들어질 것이라는 부모들의 인식 역시 바뀌어야 한다”며 “창의적인 능력이나 문제해결 능력 등 폭넓은 교양을 쌓는 것이 궁극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인생이 풍요로워진다는 자각을 청소년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대, 위로로는 아무것도… 고통 직시하고 실질적 원인 찾기

언어는 세태를 반영한다. 빠르게 등장하는 신조어들을 보면 그 사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데, 유독 2030 세대를 지칭하는 신조어가 요즘 많이 등장하고 있다. 대학등록금 등 경제적 문제와 취업난으로 2030 세대들의 아픈 청춘을 지칭하는 3포세대, N포세대가 단적인 예다. 3포세대란 취업·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다. 이들은 취업조차 힘들고 학자금 대출 빚도 남아있는데, 어떻게 결혼을 생각하고 아이를 생각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사회·경제적 문제로 연애, 결혼, 주택 구입 등 수많은 것을 포기한 이들은 ‘N포세대’로 불린다. 이외에도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삼일절(31세가 되면 절망한다)’은 극심한 청년 실업을 대변해주는 신조어로 주목받고 있다.

헬조선을 외치는 젊은세대가 행복해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문제만큼은 쉽게 단언하고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고 전한다. 스스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가 젊은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따뜻한 마음을 품어도 사회·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고통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회 각 계층이 함께 노력해야 젊은이들을 자학의 늪에서 구해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으로 보면 청년들이 내몰린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열악한 게 사실”이라며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려야 위안을 삼을 수 있기 때문에 젊은세대들이 헬조선을 외치고 기성세대와 갈등을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순간의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울분 해소 대상을 찾아다니면서 헬조선을 외쳐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그럴 때일수록 오히려 고통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원인을 탐구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고통을 직시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란 점도 언급했다. 바뀐다는 보장, 바뀔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갖기 어려운 사회구조 탓 때문에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도 “청년들이 겪는 문제만큼은 다양한 차원에서 접급해야 하는데, 솔직히 포부를 가져라 라는 식의 조언은 꼰대(기성세대나 선생을 뜻하는 은어) 스타일일 수밖에 없는게 청년의 문제”라며 “개인의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 구조의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그런 관점에서 청년들에게 활로를 알아서 잘 헤쳐 나가라고 하는 것은 위로가 안 된다”며 “오히려 청년들의 그런 아픔을 기성세대가 이해하고 청년들을 사회가 보듬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찬가지로 좋은 일자리를 찾으라는 이야기로는 충분하지 않고, 생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라가 적극 나서야 한다”며 “젊은 세대도 헬조선만 외칠 게 아니라 스스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좀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50대, 부모자식 온갖 걱정 거리 두고… 나를 위해 살아라

“대한민국 40~50대 아버지의 삶이 가장 괴롭다. 돈 벌어서 자식들 학비 대랴, 대출 받아 산 집 대출금 갚으랴,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는 회사서 버티랴, 막막한 노후 준비하랴….”

평일 저녁이면 여의도나 시청 등 오피스가 밀집한 지역의 식당에선 이 같은 하소연을 하는 40~50대 남성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월급을 모아 대출금을 갚아야 하지만, 자녀 교육비 등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빚은 늘고 노후 대책은 전무하다. 각종 언론 보도에서도 고단한 50대의 삶이 집중 조명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일자리 걱정, 부모 걱정, 자식 걱정, 노후 걱정…. 대한민국 40~50대가 행복하지 못한 건 바로 걱정이 많아서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걱정부터 내려놓는 게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는 작은 출발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40~50대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님 봉양, 자녀 부양, 노후 대책 등 유난히 걱정이 많다는 것”이라며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우산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 소장은 열정과 도전이라고 꼽는다. 그는 “내가 승진할 수 있을까, 몇 년을 더 다닐 수 있을까 등 대부분의 중장년층 직장인들이 똑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는데, 문제는 계속 걱정만 한다는 것”이라며 “걱정을 내려놓고 오히려 타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나만의 스펙(능력)을 쌓기 위해 열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퇴근 후 새로운 자격증 취득을 위해 노력하든지, 아니면 주말 하루라도 본인을 위한 투자를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만 하기에도 벅차다는 생각과 걱정에 사로 잡히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최 소장은 “일하기도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기 위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꾸준한 수요가 있을 중장비 운전, 자동차 정비 자격증 등을 틈틈이 시간을 내 취득하고, 현업에 있을 때도 해당 업계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나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소장은 “‘연금에 가입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가계 지출의 누수를 잘 살펴 여력을 확보해야 걱정을 덜 수 있다”며 “혹시 모를 불확실성에 대비해 작은 돈을 쪼개서라도 다양한 연금 상품에 분산 투자할 것”을 권했다.

그는 또 “행복한 40~50대들에겐 계획에 따라 우산 개수를 늘려가며 남다른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성취감, 도전, 열정 등은 20~30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40~50대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60~70대, 자식은 친구 아냐…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자

“퇴직하고 집에만 있으니 만날 사람이 없습니다. 와이프와 자식들과는 대화가 안 되고 하루종일 우울해서 담배만 피웁니다.” 1년 전 퇴직한 이후로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63세 김모 씨는 젊은 시절 일하느라 바빠 친구를 멀리했는데, 이제와 밥이라도 한 끼 먹을 친구를 사귀려니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때때로 자살 충동까지 느낀다고 전했다.

우리나라는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진 나라지만, 노인 자살률을 더욱 참담하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사망했고, 이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에 비해 최대 20배에 이른다.

노인의 자살 원인은 다양하지만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이 내놓은 분석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국내 우울증 환자가 매년 5%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중·장년층 우울증 환자가 전체의 60%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영숙 백석대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노년층에선 신체 능력과 사회적 관계를 하나둘씩 잃어가면서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노인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무전장수(無錢長壽·돈이 없이 오래 사는 것), 무업장수(無業長壽·할 일 없이 오래 사는 것), 유병장수(有病長壽·병을 갖고 오래 사는 것), 독거장수(獨居長壽·혼자 오래 사는 것)가 노년 우울증의 4대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상실, 자식과의 불화, 대인관계 단절, 경제문제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우울증을 야기하고, 뇌졸중이나 암 등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 교수는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유로우면 상대적으로 덜 우울함을 느끼게 된다”며 “꼭 여가를 즐기는 일이 아니더라도, 의미 있는 봉사를 하면 우울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이 있고, 건강하고, 일이 있다고 할지라도 친구가 없는 노인은 외로울 수밖에 없다”며 “친구가 많은 노인은 정신적으로 건강하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그러나 자식은 절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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