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달러, 패리티 시대 오나

입력 2016-1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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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가 달러에 대해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환시장에서는 유로·달러 패리티(등가) 시대가 도래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패리티란 유로화가 미국 달러화와 일대일의 교환비율로 하락하는 것을 말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는 최근 2주간 달러에 대해 4% 하락했다. 지난 18일 해외 시장에서 한때 유로는 달러당 1.06달러로 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금리·경제 성장 전망이 급변하면서 유로화 약세, 달러화 강세가 진행된 영향이다. 여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자금이 달러로 흘러들어 달러 강세가 한층 더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마이너스(-) 금리와 대규모 채권 매입 등 금융 정책을 변경할 기색은 거의 없는 상태다.

유로는 유로존 각국에서 앞으로 이어지는 선거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경제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는 정책을 내거는 포퓰리스트 정당이 선거에서 약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자 씨티그룹은 유로·달러 환율 전망을 180도 전환해 향후 6~12개월간 0.98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한 주간 다른 은행에서도 유로와 달러의 패리티 도달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유로는 21일(한국시간) 오후 1시 20분 현재 달러당 1.0592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자산운용사 피셔 프랜시스 트리즈 앤 왓츠의 아드난 아칸트 통화 부문 책임자는 “미국과 다른 나라와의 금융·재정 정책의 차이가 달러에 강한 순풍이 될 것”이라며 유로와 달러의 패리티에 대해선 “앞으로 불과 7~8% 수준이고, 상당히 빨리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로/달러 환율 추이. 21일 현재 1.06달러 출처=FT
▲유로/달러 환율 추이. 21일 현재 1.06달러 출처=FT

유로는 1999년 도입 후 수 년 간 대부분의 기간에 패리티를 밑돌았다. 미국 경제가 호조인 반면 유로존의 경기가 침체했던 2000년에는 한때 0.83달러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2002년 말 이후 패리티를 웃돌았고, 금융 위기로 미국 경제가 침체한 2008년에는 1.60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이 마지막으로 패리티를 예상한 것은 ECB의 양적완화 도입으로 유로화 약세가 진행된 2015년 초다. 같은 해 3월 유로는 1.046달러까지 하락했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서구의 금융정책 격차가 확대하면서 또 다시 유로는 달러에 대해 하락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12월에 금리 인상하고 2017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하는 한편 ECB는 양적완화 정책을 2017년까지 연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로 가치가 더욱 하락할 것이란 의미다.

하지만 최근 유로화 약세는 작년의 대폭 하락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당시 유로는 거의 모든 주요 무역 상대국 통화 대비 하락했지만 이번엔 유로의 실효 환율은 연초보다 1.8%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들 모두 패리티를 전망하는 것은 아니다. 패리티에 도달할지 여부는 유로와 달러 양쪽 사정이 관련 있기 때문이다. UBS 자산운용의 영국투자책임자인 조프리 유는 “미국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호재가 있는데 되레 너무 과할지 모른다. 유로존은 지금까지의 경제지표를 보면 마지막 패리티가 제기되던 시절보다 상황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리 전망과 더불어 정치적 리스크도 유로를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로존에서는 시장에 충격을 초래할 수도 있는 정치 이벤트가 대거 몰려있다. 헌법 개정 여부를 묻는 12월 4일 이탈리아 국민 투표를 시작으로 2017년에는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TD증권의 북미 외환 전략책임자 마크 맥코믹은 “(투자자들은) 브렉시트에서 허를 찔렸고, 미국 대선에서 예상이 뒤집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유럽에 대해선 더 신중한 자세로 임하고 싶은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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