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환의 돈이야기] 영국 화폐는 나이를 먹는다고?

입력 2016-11-0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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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역사상 유명한 영웅과 호걸, 그리고 국왕들은 자신의 위대함을 과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신의 초상화를 화폐 속에 넣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 시초가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이었다. 또 로마의 황제 시저도 자신의 얼굴을 화폐에 담았다.

그런데 이로 인해 패가망신을 한 예도 있다. 프랑스의 국왕 루이 16세가 그랬다.

루이 16세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아시냐’라는 새 지폐를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여기에 자신의 초상화를 넣었다.

당시 특권 계층은 넓은 토지와 관직을 독차지하고 면세 등의 혜택까지 누렸지만, 일반 시민계층은 갖가지 봉건적 속박과 무거운 세금 따위로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시민들이 봉기해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했고 루이 16세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다.

루이16세는 마부로 변장해 국외탈출을 시도했는데, 공교롭게도 지폐에 그려진 그의 초상화 때문에 변방의 한 농부가 그를 알아보고 신고를 했다. 결국 혁명군에 체포된 왕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그렇다면 현재 지구상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천 종의 화폐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현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이다.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세계 200여 국가 중 영국여왕을 자국화폐의 도안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캐나다, 호주 등 20여국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국가의 화폐에 영국 여왕이 등장하는 이유는 영국이 영연방의 맹주로서 한때 세계를 지배했으며, 아직까지도 영연방 국가의 수는 50개가 넘기 때문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처음 화폐에 등장한 것은 1953년 왕위를 승계 받으면서부터이다. 당시 나이가 27세에 불과했기 때문에 처음 화폐에 등장한 여왕의 모습은 젊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 앞에 여왕도 어쩔 수 없이 젊음을 잃어가면서 일부에서는 화폐에 실린 여왕의 초상이 실제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여왕의 화폐초상은 지금까지 지폐와 주화에 각각 4차례씩 모습이 바뀌었다. 10년마다 한번 꼴로 바뀐 셈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폐에 담겨진 여왕의 모습은 1990년에 바뀐 것이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화에도 유명정치인들의 초상화가 담겨 있다.

100달러에는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벤자민 프랭클린, 50달러에는 제18대 대통령인 율리시스 S. 그랜트, 20달러에는 제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 10달러에는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 5달러에는 노예해방과 남북전쟁으로 유명한 링컨대통령, 2달러에는 제 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 그리고 1달러에는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또 일본의 경우 1만엔 권에는 계몽 사상가로서 게이오 대학을 설립한 후쿠자와 유기치, 5000엔 권에는 감수성과 뛰어난 문장력으로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24세로 요절한 여류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의 초상화가 들어 있다.

그리고 중국의 5 위안화에는 중국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오쩌뚱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우리나라 은행권에는 건국 이후 지금까지 이승만, 세종대왕, 충무공, 율곡, 퇴계의 초상이 등장했다. 우연히도 이(李)씨 일색이다.

최근 다산 정약용이나 안중근 의사 초상을 넣자는 건의가 나오고 있다. 나아가 문화예술인이나 혹은 이야기나 만화 속의 주인공들을 초상화의 주인공으로 하자는 견해도 없지 않다.

우리나라 화폐에 최초로 등장한 초상화는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다. 한국은행이 1950년 최초로 발행한 은행권인 1000원 권에 두루마기를 입은 이승만 대통령의 모습이 앞면 왼쪽에 새겨져 있었다.

현재 1만원 권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는 세종대왕의 초상은 1960년 8월 발행된 1000환 지폐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율곡 이이 초상은 1972년부터 5000원 권에 사용되고 있다. 퇴계 이황은 1975년 1천원 권 지폐에 등장했다. 가장 최근인 2009년 6월 발행되기 시작한 5만원 지폐의 주인공으로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선택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현재 100원 동전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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