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法하시는 분들이 오죽하면… 불법 알면서도 허위·과장광고

입력 2016-10-2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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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2만 시대’ 치열한 홍보전쟁

변호사 수가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수임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11일 기준 등록 변호사 수는 2만1776명에 이른다. 10년 전인 2006년 등록 변호사 수는 8429명이었다. 10년 만에 2.6배나 늘어난 셈이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처음 배출된 2012년 1만4534명에 이어 2013년 1만6604명, 2014년 1만8708명, 2015년 2만531명 등을 기록해 최근 5년간 연평균 1888명의 변호사가 꾸준히 추가 배출됐다.

변호사 수가 늘면서 변호사의 일감인 수임 건수는 줄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따르면 2014년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2건이 무너진 1.97건을 기록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1.69건까지 떨어졌다.

한 30대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변호사가 되면 새로운 삶이 펼쳐질 줄 알았다”며 “중소 로펌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사건 수임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해 매일 새벽 2시 퇴근을 밥 먹듯이 했다”고 말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대형 로펌 소속이나 전관 변호사가 아닌 경우 사건 수임을 위해 홍보 전략에 몰두하는 상황이다.

포털사이트 검색광고는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변호사들에게 활용되고 있다. 까다로운 변호사 광고 규정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고객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불균형이 심한 법조 시장의 특성상 일반인들은 포털 검색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공개적으로 변호사를 구하기 어려운 이혼이나 성범죄 사건은 더욱 그렇다.

개인 변호사나 작은 법률사무소는 대형 로펌과의 경쟁이 없는 이러한 틈새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광고비용은 만만치 않다. 네이버에 따르면 사이트 클릭 한 번당 몇만 원 수준으로, 한 달 광고료로 많게는 수천만 원을 내야 한다. 네이버 측은 전문 직업의 광고 비용은 영업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혼사건을 전문으로 맡는 A로펌의 경우 한 달에 1억 원이 넘는 돈을 광고비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개업 뒤 사건을 수임하기 어려워 포털 홍보를 고려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포기했다고 전했다. 포털 광고도 각양각색이어서 검색어 링크를 상위에 노출하는 것은 물론 ‘지식인’ 상담을 자문자답식으로 만들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인기 검색어들을 조합해 특정 로펌이나 변호사를 언급해주는 지식인 문답을 만들어주고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포털 검색광고에만 의존하는 소비자들이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허위나 과장광고를 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포털에 ‘이혼 전문’, ‘성범죄 전문’ 등을 검색하면 수많은 사이트가 나오는데, 이는 사실상 허위ㆍ과장광고다. 대한변협은 형법ㆍ가족법ㆍ회사법 등 22개 분야만 전문 변호사 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이혼이나 성범죄 분야 전문 변호사는 없다. 5년 이상의 법조 경력과 50시간 이상의 교육 이수 등 자격조건도 엄격하다.

대한변협에서 인증 받은 변호사만 ‘전문 변호사’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포털에서는 너도나도 ‘전문’임을 내세우고 있다. 허위 광고로 걸릴까 두려워 ‘전담 변호사’, ‘전문성을 갖춘 변호사’ 등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고가의 홍보비가 고스란히 의뢰인에 전가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변호사들 간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져 포털 등에 광고를 많이 하고 있다”면서 “대한변협의 광고규정이나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등록 없이 전문 변호사인 것처럼 스스로를 홍보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올해 A 변호사는 전문 분야 등록 없이 포털에 1년 6개월 간 ‘이혼전문변호사’로 광고를 해 과태료 5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법률스타트업 헬프미의 이상민(35, 사법연수원 39기) 변호사는 “네이버 광고가 활성화되다보니 지식인용 아이디를 사거나 블로그를 사서 마케팅을 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며 “소비자들은 여러 변호사들 중에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선택의 폭이 굉장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이같은 허위 광고를 막기 위해서는 변호사 단체에서 변호사의 구체적인 성공사례나 경력 등을 법률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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