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분배의 오리진

입력 2016-10-04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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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회사는 ‘브랜드 인큐베이팅(Brand Incubating)’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크고 작은 많은 중소기업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제품의 특징에 브랜드라는 포장을 입히고, 이를 판매 가능한 범주로 끌어올리는 일련의 작업을 수행, 중소기업과 판매 이익을 공유한다. 분배율이 사안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결국 누가 성공에 ‘기원(Origin)’했는지, 누가 더 자신을 ‘인정(Risk)’했는지에 따라 정해지곤 한다. 혹자는 갑과 을 중에 누가 더 아쉬운 입장에 있는지, 또 누가 더 협업하고 싶어 했는지에 따라 자신의 욕심을 감추고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경험상 이것은 또 다른 문제의 원인이 됨을 이제서야 알게 된다.

분배에 대한 가치 기준을 논할 때, 흔히 우리는 ‘성공의 오리진’이 어느 쪽에 있는지를 점검해본다. 잘 만든 것이 오리진이 될 것인지, 잘 파는 것이 오리진이 될 것인지, 잘 만들었다고 자부하는데 많이 팔지 못했다면 그 책임이 큰 것인지 등이다. 특히 많이 팔기 힘든 제품을 죽을힘을 다해 판 것이 성공의 요인이라면, 분배율을 과점할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인가 등의 무엇이 성공의 오리진이 될지는 사실 양자 간에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배하는 입장에는 사전(before)과 사후(after) 상황에 따른 자신의 주관성과 뜻 모를 자기 합리화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누군가와 작은 의미로 동업(同業), 거창한 의미로 상생하려다 보면, 문제는 인정(출자)과 분배에서 벌어진다. 성공한 이후 ‘욕심이 과하다’거나 ‘위험에 대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음에도 이제 와 제 밥그릇을 챙기는 식’으로 비친다는 것은 보는 이나 비춰지는 사람 모두에게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분배의 문제는 처음 계약 과정에서 발단하지만, 사실 그 과정을 성실히 수행했다고 해도 결과에 승복하는 상황은 많지 않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투자사(혹은 유통사)와의 계약서라는 것이 단지 문서상 대등한 관계일 뿐 힘의 위계(Hierarchy) 자체가 수평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외형상으로 계약의 모양새가 순탄하게 보일 뿐, 서로 언제든 자신의 몫에 대한 분배의 시한폭탄을 장착하고 상생을 운운하는 것이 못 미더운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언제 어떤 위험이나 달콤한 열매도 서로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의 믿음이 바탕에 있어야 한다. 어떤 계약서를 작성하든 ‘법 위에 사람이 있다’는 말처럼 글로 작성한 계약서보다는 동업과 상생의 미래 가치가 사안이 발생할 때 판단할 기준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이제 필자의 회사에서는 성공이 무엇에 기인했는지를 애써 따지지 않는다. 서로가 자신의 능력치를 100% 쏟아부었는지, 성공의 열매에 대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재분배의 몫을 남겨두었는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이 첫 성공의 역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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