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CIO에게 듣는다] “실질부동산 등 대체투자 20%까지 높일 것”

입력 2016-10-04 11:02 수정 2016-10-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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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제회 한정수 자산운용실장

▲건설공제회 한정수 자금운용실장.
▲건설공제회 한정수 자금운용실장.

저금리 장기화는 금융기관의 투자 방식을 바꾸고 있다. 채권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부동산, 인프라, 사모투자펀드(PEF)와 같은 대체투자 부문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는 안정적 수익 확보가 중요한 건설근로자공제회도 마찬가지다.

올해 6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건설근로자공제회로 옮긴 한정수(49) 자산운용실 실장은 9월 4일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에 위치한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가 낮기 때문에 연 3%인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대체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실장은 “대체투자 비중은 매년 2~3%씩 늘려 2020년에는 20%까지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대체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결정이었다. 이 기관은 다른 공제회와는 달리 결손 시 정부 보전이 없다. 자산운용의 안정성이 중시되는 이유다.

이 때문에 건설근로자공제회는 2015년 운용자산의 73.5%를 채권에 투자했다. 같은 기간 주식 6.3%, 혼합형 2.3%, 대체투자 5.9%에 그칠 정도로 안정적 수익 창출에 무게를 뒀다. 올해 7월 말 기준 건설근로자공제회의 자산운용 규모는 2조9026억 원이다.

한 실장은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는 조달 금리가 높아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는 측면도 있다”며 “우리는 건설근로자의 급여 일부를 받아서 퇴직할 때 돌려주는 방식이기 때문에 기금 운용 성격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체투자를 늘려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같은 개발 쪽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실물부동산, 인프라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는 최근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함께 경기도 구리시 롯데아울렛을, 한국토지신탁이 설립하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서는 경기도 물류센터 두 곳을 각각 인수했다.

대체투자 다변화도 한 실장의 중점 추진 사항이다. 그는 기존 부동산 중심의 대체투자를 PEF와 인프라, 국내외 인수금융으로 넓힐 예정이다. “대체투자는 투자상품별로 위탁운용사 선정이 진행되고 있다. 향후 PEF나 벤처캐피털(VC) 등으로 운용 유형을 다변화할 것이다.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 형태의 운용방식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체투자 부문을 넓히면서도 중순위, 중위험 자산에만 투자한다는 것이 한 실장의 방침이다.

인수·합병(M&A) 부문도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한 실장은 “대부분 대형 M&A가 긍정적으로 성사됐지만 일부 합병법인은 수익성 불확실성이 상당해 투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적합한 투자 기회를 포착할 때 M&A 투자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운용 방식도 변화시킨다. 그는 “기존 순수주식형 중심의 액티브(active·종목발굴형) 유형에서 탈피해 ETF(상장지수펀드) 등 패시브(passive·지수연동형) 유형이나 절대수익 추구형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해외투자 부문에서는 기존 코리안페이퍼(KP물) 투자 이외에 해외채권·주식 투자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운용능력 구축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한 실장은 “국민연금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제회의 운용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선진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올해 남은 기간 염두에 둬야 할 해외 변수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과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양적완화 지속 여부를 꼽았다. BOJ는 지난달 본원통화 공급목표에서 장단기 금리 타기팅으로 변화를 꿰하는 등 질적양적완화(QQE)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반면 FOMC는 12월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한 실장은 “마이너스 금리 부작용에 따른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는 유럽과 일본은 추가 금리인하보다는 재정정책을 활용한 경기 부양책을 선택할 유인이 크다. 이는 글로벌 주식, 채권시장에는 모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ECB와 BOJ가 양적완화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단기적으로 주식, 채권 등 자산가격의 하락을 유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중기적으로는 미국 경기 지표와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로 이어져 자산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 실장의 판단이다. 그는 “투자 측면에서 볼 때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투자 시계가 밝은 상황은 아니다. 하반기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시나리오별 대응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한 실장은 “사회적 취약 계층인 건설근로자의 퇴직공제금 운용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으니 그 책임의 막중함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깨닫고 있다”며 “건설근로자에게 안정적 운용수익이 보장된 퇴직공제금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실장은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뒤 대한투자신탁을 거쳐 1999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그는 주식운용팀장, 주식운용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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