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갤럭시 노트와 기술혁신

입력 2016-09-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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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의 리콜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있어 소비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고 있다. 갤럭시 노트7은 삼성전자의 야심작으로 기존 노트 시리즈의 특징에다 홍채 인식 센서와 방수, 방진 기능 등을 더해 사전 판매 단계에서부터 큰 인기몰이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일부 새 제품의 발화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일부 교체가 아닌 전량 교체라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게 됐다. 스마트폰은 다른 ICT 제품과 달리 소비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안감을 조기에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위식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의 역사는 소비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여겨지고 있는 IBM 사이먼(Simon)이 1994년 시장에 나왔지만 5만 대만 판매하고 사업을 중단하게 된 것도 당시로서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잠재울 만한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IBM은 전화 회사가 아닌 컴퓨터 회사로서 터치스크린 도입 등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을 고안해 냈다. 그러나 완전히 충전하고도 1시간도 못 쓰는 배터리 성능이 도입 초기부터 문제가 된 데다 그 무게가 550g이나 되어 워키토키라고 불릴 정도여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가격마저 2016년 현재 금액으로 치면 1451달러나 되어서 일반인들은 사실상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재정위기를 겪고 있었던 IBM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을 만들고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결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의 역사는 소비자들의 역할과 그 궤를 같이하고 있다. 한국 모바일폰 시대 최초의 혁신이자 오늘날의 스마트폰 시대를 열게 된 사건 중 하나가 바로 1994년의 애니콜 신화였다. 당시 삼성전자 마케팅팀은 70%가 산악 지형인 한국의 특수한 지형 하에서는 전파를 연결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여간다는 점을 감안, 새로운 형태의 안테나 등을 개발해 사태를 해결했다. 국내 지형에 강한 모바일이라는 텔레비전 광고 등을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1994년 10월에 25.8%에 불과한 시장 점유율을 1995년 8월 51.5%까지 끌어올렸다. 국내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모토롤라를 앞서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초기 모델이어서 불량률이 11%에 달하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불량품 15만 대를 수거, 구미 사업장에서 불에 태워버린 직후였다.

국내외적으로 볼 수 있는 이러한 예들은 결국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ICT 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혁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 ICT 기술과 제품은 시장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9월 초에 갤럭시 노트7의 전량 교환이라는 조치를 하기 직전, 시장에서는 이미 8월 말부터 갤럭시 노트7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스마트폰 대리점들도 소비자들에게 이를 장려하지 않고 있었다. 대리점 직원들은 “갤럭시 노트7은 계약을 하고도 한참이나 있다가 나오는 데다 배터리 발화 등 현재로서는 제품의 안전도를 신뢰할 수 없다”며 사실상 다른 제품을 권유하고 있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태는 ICT 산업에서의 기술혁신은 기술 그 자체의 발전보다는 소비자인 사람들의 사회·문화적 변화를 반영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 값진 교훈으로 작용할 것인다. 기술 혁신은 단지 기술적인 능력의 진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관심과 가치를 반영할 때 진정한 기술 혁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곱씹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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