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금품수수' 현직 부장판사 구속…대법원, "비통한 심정으로 사죄"

입력 2016-09-02 22:17 수정 2016-09-02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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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대표 )
(정운호 대표 )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현직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2006년 8월 조관행(60)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구속된 적이 있지만, 현직 신분을 유지한 채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김수천(57·사법연수원 17기) 인천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성 부장판사는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 도중 긴급체포된 김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춰야 할 법관이 구속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은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며 "어떠한 질책과 채찍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오는 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 법원장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이 자리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로부터 1억7000만 원 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2014년 정 전 대표 소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레인지로버 중고차를 시세보다 낮은 5000만 원에 사들인 뒤 대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 전 대표로부터 수백만 원 상당의 수표를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이 돈이 조의금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정 전 대표로부터 로비 자금 1억 원을 받아간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가 전달한 돈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정 전 대표 측과 금품거래가 있었던 사실은 대체로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11월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유통시킨 상표법 위반 사범 사건을 3건 처리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가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준 게 아닌지 조사할 방침이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가 '형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의 딸은 2013년 네이처리퍼블릭이 후원하는 미인대회에 참가해 1위로 뽑히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1일 정 전 대표와 김 부장판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 성형외과 의사 이 씨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해 11∼12월 자신의 성형외과에서 김 부장판사 등 법원 관계자에게 정 전 대표의 도박 사건에 대한 선처와 가짜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유통 사범의 엄벌을 위해 청탁하겠다며 정 전 대표로부터 9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16일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도 "진위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의혹제기로 인해 정상적인 재판업무 수행이 곤란하다"며 휴직을 신청했다. 이튿날 대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여 내년 2월 19일까지 재판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다. 김 부장판사가 구속됨에 따라 대법원은 조만간 징계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대법원 공식 발표 전문.

부장판사 구속에 대한 대법원의 공식 입장

오늘 현직 부장판사가 형사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과 도덕성을 갖추어야 할 법관이 구속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점에 대하여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비통한 심정으로 깊은 유감과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의 엄중함을 인식하여, 다음 주 화요일에 전국 법원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여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준엄한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판사 한 명의 잘못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법부 전체의 과오이자 잘못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어떠한 질책과 채찍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반성하고 근본적인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과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하여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2016.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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