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디지털 노마드 ‘제주 속으로’

입력 2016-08-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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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수의 유목민을 바탕으로 많은 인구를 자랑하던 정주 문명을 정복한 칭기즈칸의 성공 비결로 ‘레고’와 같은 유연한 조직 시스템을 지목하는 학자가 많다. 칭기즈칸은 몽골 초원에서부터 수많은 정복전을 거치면서 적장과 적군을 ‘칭기즈칸의 사람’으로 바꿔 나갔다. 케레이트족과의 싸움이 끝난 뒤 케레이트족 포로 대다수가 다음 정복지를 유린할 군대의 주력이 됐고, 서아시아의 강자 호레즘을 정복할 때는 정주 지대인 중국지역에서 모집한 군대를 바탕으로 상대에 맞는 맞춤형 전술을 구사했다.

십호(十戶·아르반)와 백호(百戶·자운), 천호(千戶·밍간), 만호(萬戶·투멘) 같은 10진법 단위로 각 부대를 편성했던 덕에 정복지 군대를 편입시킬 때 구조적 어려움도 적었다. 정복지가 넓어질수록 칭기즈칸 부대의 규모는 커져갔고 후대 역사학자들은 이를 두고 손쉽게 자기복제와 확장을 한다는 의미에서 ‘레고식 시스템’이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잊혔던 유목(노마드)세력의 강점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IT기술을 무기로 세계와 협업할 수 있다는 점, 자유롭게 사업을 확장하고 다른 기업과 손을 잡아 협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지털 기술과 노마드 세력이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칭기즈칸의 레고형 군대처럼 다양한 국적과 직업, 경력을 가진 ‘디지털 노마드’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협업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사업 모델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 커졌다. 이와 관련해 오는 23일 제주에서 열리는 ‘2016 테크플러스(tech+) 제주’는 디지털과 노마드의 특징과 장점을 오롯이 담아내는 행사라고 생각한다.

테크플러스는 기술(Technology)과 경제(Economy), 문화(Culture), 인간(Human) 4가지의 결합을 뜻하는 용어로 이종(異種) 분야 융합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 2009년 시작해 7년간 2만3000명 이상이 이 행사를 다녀갔다. 창조적 산업기술 생태계 육성을 위한 기술과 인문 간 교류가 촉진되고 참가자들의 소통이 활성화되는 것이 테크플러스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번 제주 행사에도 산학연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 등 4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 노마드 인 제주(in Jeju)’를 주제로 다양한 국적과 직업, 경력을 지닌 ‘디지털 노마드’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어 협업하고 소통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주의 미래를 그려볼 전망이다. 손미나 여행작가와 김상수 라이크 크레이지 대표, 최형욱 매직에코 대표, 최두옥 베타랩 대표, 최정윤 유디아이 대표 등 각 분야를 넘나드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주인공으로 참여해 기술과 인문 융합 지식의 확산을 추진할 예정이다.

필자는 이번 행사가 ‘테크놀로지’와 인문, 경제, 문화라는 이종 분야가 만나 교류하고 융합함으로써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정 영역의 사고 틀에만 갇혀서 연구개발(R&D)을 한다면 선행 기술을 따라잡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 인간을 편하게 해주는 기술, 오감을 만족시키는 매력 있는 제품은 만들기 어렵지 않겠는가.

때로는 다소 엉뚱하거나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구상도 하면서 자꾸 생각의 경계를 넘어 보아야 한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꽃피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발현되고 이를 현실화하려는 시도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2016 테크플러스(tech+) 제주’ 행사가 고정화된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테크플러스는 제주를 시작으로 전주, 창원, 천안에서 순차적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정주 문명을 거침없이 뚫고 대제국을 건설했던 유목민들처럼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경계를 허무는 도전적인 시도가 본 행사를 통해 더욱 늘어나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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