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내가 소비자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입력 2016-07-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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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광고대행사 AE(Account Executive, 광고기획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AE는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게 센세이션한 광고를 기획한 후 (비)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광고주에게 제안하고 수주하도록 노력한다. 또 수주한 광고를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캠페인 디렉터에게 제대로 오리엔테이션을 함으로써 성공적으로 제안된 광고를 제대로 론칭시키는 업무를 총괄한다. 자, 그렇다면 광고기획의 핵심은 무엇일까? 여러 이슈가 있겠으나 여기서는 딱 두 가지의 가중치만 생각해보자. 첫째는 광고 아이디어의 참신함이고, 둘째는 그 아이디어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참신해야 한다. 혹자는 무(無)에서 유(有)를 찾는 것을 아이디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가? 유(有)에서의 변형만으로도 충분히 참신할 수 있다. 혹은 있는 것(有)을 ‘정말’ 있다고 먼저 내뱉기만 해도 소비자(Audience)로부터 참신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아이디어의 바탕에는 소비자의 현재 인식이 어디쯤 있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 생각에 소비자의 인식이 3분의 2쯤에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아니고 설문조사 등 양적(量的) 분석과 소비자 대면 조사 등의 질적(質的) 분석을 겸하고 이를 수치화함으로써 소비자의 현재 인식을 판단해야만 한다. 소비자의 구매 패턴에서 새로움이란 실물 등장의 새로움이라기보다는 인식의 새로움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았다고 가정하자. 그 멋진(?) 아이디어를 소비자에게,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어떻게 보여주는 것이 좋을까? AE를 했던 사람들이 다 같이 겪는 고충이지만 파워포인트로 광고제안서를 만드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시장자료를 찾아 엑셀 서식을 만들고, 이를 그래프로 불러오고 그에 맞는 삽화나 사진을 찾고….

그 당시 ‘왜, 이런 소모적인 디자인(?) 작업까지 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 시간에 아이디어를 하나 더 생각하고, 실행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파워포인트 제안서 작업의 무용성을 토로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내가 클라이언트가 되어보니 그렇지 않더라. 보여주기의 핵심은 아이디어를 있는 그대로 포장하는 것이지 단순히 예쁘게 잘 보이기 위함이 아니다.

새로운 것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반면에 무엇이든 새로울 수 있고, 새로운 것도 새롭지 않게 보일 수 있다. 새로운 것을 새롭다고 인식하게 하는 광고의 작업에서는 편견과 선입견과의 싸움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광고쟁이의 글쓰기가 편견과 선입견으로 점철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조사(research)가 선행돼야 하는 것도 이 까닭이며, ‘제대로’ 포장하는 파워포인트 작업도 편견과 선입견의 견지에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 내가 클라이언트가 되어보니 알겠더라. 내가 소비자가 되어보니 순간의 편견과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겠더라. 공(功)을 들여야 비로소 성공을 이루는 것도 결국 인식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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