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D-30]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브라질 포비아'로 물든 쌈바의 나라

입력 2016-07-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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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경찰 시위·날치기범 버스안 관광객 물건까지 낚아채… 치안 무방비

남미 첫 개최 기쁨도 잠시, 지카 공포·대통령 탄핵 정정 불안 흥행 비관론 우세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인 하계 올림픽 개막일을 불과 30일 앞두고 제31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이하 ‘리우’)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이 공포감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가 재정난으로 경기 시설과 주변 인프라 공사가 마무리 되지 못한 것은 물론 경기 침체와 정정 불안, 여기다 치안 불안과 전염성 높은 지카 바이러스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대회 개막 전부터 ‘역대 최악의 올림픽’이란 오명을 벗지 못할 것이란 잿빛 전망 일색이다.

‘지옥에 온 걸 환영합니다(WELCOME TO HELL).’ 지난 4일(현지시간) 리우 국제공항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현지 경찰들이 막 브라질에 도착한 외국인들을 맞았다. 정작 시민의 치안을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한술 더 떠서 “봉급이 밀려 돈을 못 받고 있기 때문에 리우에 오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이런 상황이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를 타고 전세계로 급속히 퍼지면서 올림픽이 열리는 리우의 치안에 대한 불안감은 겉잡을 수 없이 퍼졌다. 이에 리우 주 정부는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중앙 정부에서 29억 헤알(약 1조원) 가량을 긴급 지원받아 밀린 경찰 월급을 지급하고 경찰차 연료비 등에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리우에서는 대낮에 소년들이 날치기 강도질을 하는 데도 행인들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모습이나 관광버스 안에 앉아있는 외국인의 물건을 창 밖에서 낚아채 달아나는 소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80% 이상의 시민들이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치안’이라고 답했다. 리우는 올림픽 개최 기간 중 경찰과 군인 약 8만5000명을 보안 요원으로 배치할 계획이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설강가상, 이집트 숲모기 등에 물려 주로 감염되는 지카 바이러스까지 창궐하면서 리우 올림픽 참가 선수와 관계자는 물론 여행객도 현지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브라질 방문 시 유의사항을 만들어 배포했다. 브라질에 머물 경우, △전신을 덮을 수 있는 밝은 색상의 옷을 입어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하고, △성관계는 안전하게 하거나 아예 하지 말 것, △에어컨 시설을 갖춘 숙박 시설에 머물면서 창문과 문은 항상 닫아둘 것, △빈곤하고 인구 밀도 높은 곳, 위생 상태가 나쁜 지역에는 가지 말 것 등이다.

브라질 리우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을 때만 상황이 이처럼 암울해지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리우는 2009년 10월 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21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제31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1차 투표에서는 스페인 마드리드가 선두였으나 미국 시카고와 일본 도쿄가 올림픽의 상업화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반발심을 자극해 탈락하면서 표가 리우로 몰린 덕분이었다.

그러나 리우가 마드리드, 도쿄, 시카고 같은 쟁쟁한 도시들을 제치고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건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었다. 브라질은 2007년 리우에서 열린 ‘팬 아메리칸 게임’을 통해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축구 대회 유치의 기반을 다졌다. 브라질 국민들은 팬 아메리칸 게임을 통해 국제 스포츠 이벤트의 성공적인 개최가 자국 경제를 얼마나 윤택하게 해주는 지를 경험했다. 이는 국민들로하여금 2016 리우 올림픽 개최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솟아나게 만들었고, 브라질이 더 이상 축구 이외 스포츠의 불모지가 아니란 점을 보여줄 필요성을 통감했다. 여기다 발전 도상에 있는 자국의 모습을 국제사회에 알려 한층 더 도약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당시 카를로스 누즈만 2016 리우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을 비롯해 브라질 정관계 인사들과 협력해 각계각층의 지원을 이끌어냈고, IOC 위원들에게 브라질이 올림픽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IOC 입장에서는 IOC 출범 122년 만에 처음으로 남미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는 점에 의의를 부여했다. 또한 브라질 6500만 명을 비롯해 1억8000만 남미 젊은이들이 국제 스포츠 축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 수려한 자연 경관을 가진 쌈바의 나라에서 박진감 넘치는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는 점에 후한 점수를 줬던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장밋빛 기대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현재 상황은 대공황 이래 최악이다. 브라질의 2015년 경제성장률은 -3.8%로 리먼 사태의 후유증이 남아있던 2009년의 -0.1%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전기 대비 연율 -1.14%로 5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대로라면 브라질은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올림픽 개최 도시인 리우 주 정부는 지난달 재정난을 이유로 비상사태를 선언, 연방 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리우에는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본사 외에 수천 개의 관련 기업이 몰려 있다. 국가 재정이 원유 관련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산유국과 같은 구조다.

그러나 2004년 후반 이후 국제유가 침체가 계속돼 원유 관련 수입이 줄면서 세수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룰라와 지우마 호세프 2대에 걸친 좌파 정권 하에서 저소득층 혜택을 비롯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재정 악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올봄에는 요금 체납 때문에 주 청사 전화와 인터넷 회선이 며칠간 차단됐고, 주립 병원에서는 급여 체불로 의사와 간호사들이 파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우 주 정부는 올림픽 준비로 비용이 증가하면서 재정이 더욱 악화했다.

이로 인한 치안 악화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주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한 달여 앞두고 치안 유지와 보건 의료 교육 교통 환경 등의 운영이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지난 5월부터 최대 180일간의 직무정지 조치가 내려진 호세프 대통령을 대신하고 있는 미셰우 테메르 부통령은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세출 삭감을 비롯한 긴축 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브라질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는 1705억 헤알(약 60조 원)로 역대 최악이다.

현재 호세프와 룰라에 이어 테메르 부통령도 페트로브라스를 무대로 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에서 각료 3명이 사임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은 10%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리우 올림픽을 놓고 ‘룰라와 호세프 2대 좌파 정권이 남겨준 선물’이라는 말도 이래서 나온다. 현재의 경기 침체와 국민들의 생활고를 타개할 돌파구는 올림픽 성공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치안 문제를 비롯해 전세계로 확산하는 지카 바이러스에 이르기까지 2016 리우 올림픽을 낙관할 수 있는 재료는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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