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상반기 결산] 조선·해운·기계 속절없는 추락… 전통 제조업 ‘잔혹사’

입력 2016-07-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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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평 12개 기업↑ 39개↓ 등 신평사들 상향보다 강등 압도적… 저유가에 정제마진 늘며 정유업종 등급 업…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하반기도 신용등급 하향 이어질 듯

잔혹한 봄이었다. 올해 상반기 조선, 해운, 기계 등 전통 제조업의 신용등급은 속절없이 추락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두세 차례나 신용등급 및 전망이 내려갔다.

금융서비스 부문도 마찬가지다. 할부금융 업종인 캐피털 업체들의 신용등급은 줄강등됐다. 경기 하향 추세를 고려하면 은행·증권산업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올 하반기에도 제조업과 금융부문 모두에서 신용등급 하향이 우위를 보일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상반기 신용등급 하향이 상향보다 우세 = 올해 상반기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서 신용등급을 내린 기업이 올린 기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장단기 신용등급을 모두 고려했을 때 나이스신평은 올해 상반기 12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올렸고 39개를 내렸다. 같은 기간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올린 기업은 15개, 내린 기업은 26개였다. 한기평도 각각 10개와 31개였다.

업종별로는 조선, 해운, 기계 부문이 신용등급 하락을 주도했다. 한진해운은 신용등급이 CCC까지 떨어졌다. 한진과 대한항공도 그룹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지원 부담으로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했다.

조선업은 구조조정과 검찰 수사와 같은 최근의 엄혹한 상황이 신용등급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해당 산업뿐 아니라 정관계에서도 태풍의 핵인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인 BB까지 하락했다. 10개 신용등급 중 BBB(상위 네번 째) 미만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투기적인 신용 상태를 뜻한다.

중국 경기 하강 타격을 받은 기계산업의 상반기 신용등급도 줄줄이 강등됐다. 두산,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등 두산그룹 계열사 대부분은 올해 신용등급이 내려갔다.

이밖에 LS엠트론, MS오토텍, 한라홀딩스, 화신 등 신용등급 및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량이 감소세를 보이면서 신용등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발 위기, 이랜드 등급 하락 두드러져 = 그룹별로는 이랜드그룹의 등급 하향이 올해 상반기 두드러졌다. 나이스신평에 따르면 이랜드월드와 이랜드리테일 신용등급은 지난 5월 BBB+에서 BBB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이랜드파크는 BBB에서 BBB-로 하향 조정됐다.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은 모두 부정적이다.

이처럼 이랜드그룹 계열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것은 중국 패션사업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최근 사업 확대로 차입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이랜드월드의 세전영업이익(EBIT)은 14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0% 줄었다.

차입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랜드그룹의 총 차입금은 2015년 말 5조5000억 원까지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 수준을 유지했지만 그룹의 현금 창출 능력이 약화되면서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랜드리테일의 킴스클럽·뉴코아 강남점 매각, 이랜드월드 중국법인의 상장 전 기업공개(Pre-IPO) 등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계획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두산과 한라, 한진그룹 등 올해 신용등급이 내려간 다른 주요 그룹들은 기계·중공업 부문의 경기침체 영향을 받았다면 이랜드그룹은 최근 무리한 사업 확장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어둠 속 빛, 정유업은 선방 = 상반기 기업의 신용등급 약세장 속에서 정유업은 선방했다. 나이스신평과 한신평은 SK에너지와 GS칼텍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높였다. S-Oil은 등급 전망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나아졌다.

유가 하락 속에서도 국내 정유업체의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은 정제마진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게 신평사들의 해석이다. 유가 하락은 정제 수요 확대로 이어져 되레 국내 정유업체들의 정제마진이 지난해 크게 확대됐다.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7000억 원으로 최근 4년 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정유업은 전망도 밝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석유제품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또 재정이 악화된 산유국들의 증설 지연과 함께 중국에서는 환경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것도 국내 업체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팜한농의 신용등급은 올해 두세 단계 뛰어올랐다.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 중 신용등급이 가장 많이 오른 기업이다. 팜한농의 신용등급 상승은 인수합병(M&A) 영향이 컸다. LG화학은 동부그룹에서 팜한농을 인수한 뒤 3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팜한농의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면서 신용등급이 덩달아 올랐다.

철강은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포스코(AA+), 현대제철(AA), 세아제강(A+), 동국제강(BB+), 동국산업(BBB+), 동부제철(CCC) 등 모두 신용등급이 변하지 않았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이미 지난 2014~2015년 신용등급이 대거 하향 조정됐다. 이후 각 회사들이 자산 매각과 같은 자구안을 실시하면서 재무 안정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다만 장기 관점에서 철강업은 구조조정 성과와 해외사업의 실적 개선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신평사들의 시각이다.

◇하반기에도 신용등급 하향 우세 전망 = 국내 기업의 신용등급 추이는 올해 하반기에도 하향이 상향보다 우세할 전망이다.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지속되는 가운데 브렉시트와 관련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기업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는 것도 국내기업의 대내외 신용등급에는 악재다.

국내외 기관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1%에서 2.8%로 내렸다. 모건스탠리는 브렉시트 현실화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봤다.

신평사에서는 나이스신평이 2016년 GDP 성장률을 최근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나이스신평은 하반기 신용등급 방향성이 부정적인 산업으로 건설, 운송, 호텔, 철강, 조선, 은행, 신용카드, 캐피털, 증권 부문을 꼽았다. 경제성장률 하향은 전통 제조업과 함께 서비스 부문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김기필 나이스신평 평가기준실 실장은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중국 기업 부실화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조선, 해운, 철강, 해외건설과 같이 경기에 민감한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과중한 단기차입금을 보유한 기업은 차환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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