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웨이는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자사가 보유한 4세대이동통신 표준 관련 특허 11건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는 내용의 소장을 제출했다. 중국 기업이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웨이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이 화웨이 기술을 이용한 제품 판매를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었다고 주장하며 현금배상을 요구했다. 다만 이날 공개된 소장 내용에는 미국 내 삼성 제품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포함되지 않았다. 화웨이는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도 삼성전자를 상대로 같은 내용을 담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맞소송 등 강경 대응 입장을 내비쳤다.
안승호 삼성전자 부사장은 25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에서 소송을 걸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겠나”며 “맞소송이든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삼성전자 특허침해소송이 제2의 글로벌 특허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기습적으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소송을 제기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기간 준비한 듯 하다”며 “삼성전자도 맞소송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 돼 애플에 이어 제2의 글로벌 특허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화웨이는 중국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의 사업가 런 정페이(任正非)가 지난 1987년 중국 선전에서 창업한 세계 최대의 네트워크ㆍ통신장비 공급업체다. 2009년부터는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 진출한 뒤 순식간에 글로벌 시장 3위에 올랐다.
주목할 점은 화웨이가 보유한 특허 규모이다. 화웨이는 매년 매출의 10%가 넘는 R&D(연구개발) 비용을 꾸준히 투입해 약 4만여 개에 달하는 특허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강점을 무기로 화웨이는 애플에 특허 769건을, 애플은 화웨이에 특허 98건을 사용하도록 서로 허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도 수년 간 특허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애플은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는 1차 소송에서 일단 배상금 5억4800만달러(6818억원)를 애플에 지불한 뒤 미국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지난 3월 미 연방대법원은 삼성전자의 상고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을 상대로 매년 크고 작은 여러 건의 특허소송이 제기되고 있지만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