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찬 칼럼] “개천에서 용나기” 어렵게 하는 대학 입시제도

입력 2016-05-25 10:3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 전 건설교통부 장관

어느 사회나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면 신분 상승이 될 수 있는 사회라면 희망을 갖고 살게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신분 상승이 되기 어려운 사회라면 체제에 불만을 갖게 되어 그 사회는 불안해진다.

과거의 우리나라는 신분 상승이 용이한 사회였다. 1950년 6·25 전쟁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는 큰 부자 등 기득권층이 별로 없었다. 누구든지 비슷한 조건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사회도 개천에서 용 나기는 어렵게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재벌들은 대부분이 창업자의 후손들이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별로 없다. 국회의원, 의사, 변호사 등도 성공한 계층의 자녀들이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가난한 집 자녀들이 신분 상승을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다. 학벌 위주의 사회를 비판하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학교를 졸업하는 것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그런데 이제 과거에 비해 가난한 집 자녀들이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가 점점 어렵게 되고 있다. 과거에는 서울대 등 소위 일류대학에 가난한 집 자녀들이 많았다. 그러나 요즈음은 부모의 지원 없이 제 힘으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 2016년 서울대학교의 합격자 중 49%가 특목고, 자사고, 강남3구에 있는 고교 출신이라고 한다.

가난한 집 자녀들이 좋은 대학에 입학하기 어려운 것은 대학입시 제도와 관련이 있다. 현재 전국 197개 4년제 대학의 입학생 선발 방법을 보면 73.7%는 수시로 선발하고 정시 선발은 26.3%에 불과하다.

대학 입학시험은 위와 같이 수시모집이 대세인데 수시는 대부분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서울대의 경우 80%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하고 다른 상위권 대학도 학생부 종합전형 비율이 70~80%이다. 학생부 종합전형 방법은 내신 성적, 자기소개서, 추천서, 면접, 과외활동 등을 종합 평가한다는 뜻이다.

어떤 제도를 도입할 때는 현실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책이 있어야 한다. 학생부 종합전형 방식으로 입학생을 선발할 때 모든 학생이 자기 힘만으로 내신, 자기소개서, 추천서, 과외활동, 면접 등을 준비할 수 있는가? 얼핏 보아도 부모의 역할에 따라 큰 차이가 날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소득층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입시에 대비하여 자녀들에게 필요한 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이다. 적절한 봉사활동이나 과외활동도 하고 각종 사회 경험도 하게 하며 자기소개서, 면접, 추천서 등도 전문가의 지도를 받게 할 것이다. 강남에는 고액의 입시 컨설팅업체가 성행한다고 한다. 어렵게 생활하기에도 바쁜 부모들은 언제 자녀들의 스펙 관리를 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 위주의 입시 방식은 부유층 자녀들에게 유리한 입시제도라 할 수 있다.

수시나 학생부 종합전형 방식의 입학 시험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인성교육 등 건강한 시민으로서 자질교육 강화 등 장점이 많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도도 운영을 잘못하면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공교육을 정상화하면서도 사회적 유동성(Social Mobility)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이 있어야 한다.

부자만 부자가 되는 교육 정상화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학 입시제도는 단순히 학교 교육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소득분배, 기회균등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교육 당국자는 이 점을 깊이 생각하여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현재 흙수저·금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 등 사회적 유동성 저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이다.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차제에 이를 전담하여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적 유동성 증대’ 전담 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충전 불편한 전기차…그래도 10명 중 7명 "재구매한다" [데이터클립]
  • [종합] 나스닥, 엔비디아 질주에 사상 첫 1만7000선 돌파…다우 0.55%↓
  • "'최강야구'도 이걸로 봐요"…숏폼의 인기, 영원할까? [이슈크래커]
  • 나스닥 고공행진에도 웃지 못한 비트코인…밈코인은 게임스탑 질주에 '나 홀로 상승' [Bit코인]
  • '대남전단 식별' 재난문자 발송…한밤중 대피 문의 속출
  • ‘사람약’ 히트 브랜드 반려동물약으로…‘댕루사·댕사돌’ 눈길
  • '기후동행카드' 150만장 팔렸는데..."가격 산정 근거 마련하라"
  • '8주' 만에 돌아온 KIA 이의리, 선두권 수성에 열쇠 될까 [프로야구 29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5.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599,000
    • +0.49%
    • 이더리움
    • 5,332,000
    • -0.32%
    • 비트코인 캐시
    • 652,000
    • +0.62%
    • 리플
    • 733
    • +0.83%
    • 솔라나
    • 239,300
    • +3.77%
    • 에이다
    • 638
    • +1.11%
    • 이오스
    • 1,132
    • +1.71%
    • 트론
    • 153
    • +0%
    • 스텔라루멘
    • 151
    • +1.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200
    • +1.75%
    • 체인링크
    • 25,350
    • +1%
    • 샌드박스
    • 636
    • +3.5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