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재테크]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자녀가 잘살길 바란다면 사교육 대신 주식을 선물하라”

입력 2016-05-03 11:00 수정 2016-05-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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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 퇴직연금 비중 자산 1% 수준… 과도한 사교육비가 노후대비 자금 잠식미국서 경험한 유대인의 교육방법 보니 부모와 매입한 주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경제관념 키워

“창의력을 없애는 사교육은 자녀를 부자로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과외와 같은 사교육을 끊고 그 돈을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대한민국이 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서울 북촌 사옥에서 만난 존 리(58·한국명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년간의 고국생활에서 찾은 문제점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했다. 한 가지는 교육문화가 비정상적이라는 점. 다른 한 가지는 대다수 국민의 노후 대비가 심각할 정도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리 대표는 문제점만큼 해법도 확고하게 제시했다. 사교육을 시킬 비용으로 주식을 사라는 것이다. 또 자녀들에게도 주식을 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운 경제 공부를 시키느니 주식을 단 몇 주라도 사는 편이 자녀를 부자로 만드는 방법에 더 가깝다”고 했다.

◇“지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과감히 포기하라” = 미국 월가 스타 펀드매니저 출신이라는 선입견은 빗나갔다. 리 대표는 소탈한 인상이었다. 편안한 캐주얼 복장이었고 휴대폰 액정은 깨져 있었다. 그가 ‘남에게 보이는 것’에 큰 가치를 두지 않는 성격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그가 제시한 투자철학도 마찬가지였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지출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라. 그리고 포기해야 할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라”고 조언했다. 인터뷰 도중 그는 “노후 대비가 돼 있지 않으면서도 자동차를 갖고 있느냐”며 기자를 나무라기도 했다.

리 대표는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대한민국 사교육 비판에 할애했다. 주식시장과 관련한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어려운 투자용어나 경제용어도 쓰지 않았다. 주식시장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가 교육 이야기에 초점을 두는 것이 언뜻 생각하면 어색했다. 교육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를 묻자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어차피 주식을 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는 내가 맡은 메리츠자산운용을 어떻게 하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키워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어요. 그런데 금융시장이 너무 열악했고,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이나 인식이 너무 후진적이었어요. 깊이 생각을 해 보니 각 가정이 지출하는 과도한 사교육비가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연결됐습니다.”

◇“사교육비가 노후자금 잠식… ‘주부’들이 각성해야” = 그는 각 가정의 사교육 지출이 미래의 노후자금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대한민국 가계의 노후준비 정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수준”이라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위기상황”이라고도 말했다. 선진국은 50%에 달하는 자산 내 퇴직연금 비중이 국내에서는 불과 1%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리 대표는 “외환위기 당시 이혼율이 늘었던 적이 있다. 가정의 경제적인 안정은 가정 자체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그런데도 대부분 가정이 불필요한 지출을 하느라 제대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리 대표는 이 같은 사교육이 실제 자녀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잘살기를’ 바라면서 큰 돈을 쓰지만, 실제로 이 같은 사교육은 오히려 아이들이 부자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리 대표는 “차라리 일찍부터 자녀 명의의 주식을 사 주는 편이 (사교육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와 함께 매입한 주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공부를 하는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리 대표가 말한 방식은 그가 미국에서 경험했던 유대인의 교육 방식에 착안한 것이다.

리 대표는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풀 수 있는 주체로 각 가정의 ‘주부’를 지목했다. 최근 그가 외부 강연 등에서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리 대표는 “여성은 각 가정의 재무부 장관이자 교육부 장관”이라며 “여성들이 생산성이 낮은 사교육비를 생산성이 높은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재무적 판단만 하더라도 대한민국 많은 가정의 노후 문제가 해결된다”고 역설했다.

끝으로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은 리 대표의 교육철학이 궁금해졌다. 그는 자녀들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한편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어머니의 이 같은 교육철학 덕에 오늘날의 자신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1990년대 초반 미국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다. 국내 금유투자 업계에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것은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에 취임하면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캐릭터가 독특하다는 평을 듣지만, 취임 2년 만에 회사를 꼴찌에서 선두그룹에 올릴 만큼 이름값을 입증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지는 않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고등학교까지 유년기를 보낸 뒤 1980년 연세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장만 있어도 취업이 보장되던 시기였기에 긴장감이 없었던 그는 매일 미팅을 하며 놀러다녔다고 했다. 그러던 그의 인생을 가른 것은 선배들과의 ‘홈커밍데이’였다. 회사원에 만족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그는 ‘저렇게 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 길로 자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뉴욕대(NYU)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KPMG의 전신인 피트 마윅에서 회계사로 근무하다 1990년 스커더자산운용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성공스토리’가 시작됐다. 이곳에서 그는 1991년부터 한국시장에 투자하는 최초의 뮤추얼펀드인 ‘더 코리아펀드’를 운용했다. 당시 한국 사회는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루던 때였다. 한국을 직접 방문하며 성장성을 확인한 그는 저평가된 한국의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의 투자철학은 단순하다. “좋은 주식은 오래가지고 있으면 돈을 번다”는 것이다. 코리아펀드가 딱 그랬다. 2015년까지 14년간 코리아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24%를 기록했다. 존 리가 매입한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주식은 10년도 되기 전에 140배와 70배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984년에 600억원 규모였던 펀드는 2005년 존 리가 사임하기 직전 1조5000억원의 규모로 커졌다. 뉴욕의 무명 회계사였던 존 리는 월가의 스타 펀드매니저가 됐다.

그가 귀국길에 오른 이유는 스커드에서 배웠던 ‘장기투자’를 국내에 전파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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