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경제학] 선거 로고송, 한 곡당 가격은?

입력 2016-03-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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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유권자의 귀를 잡자”

배우 강동원은 파란 모자를 눌러쓰고 선거운동원으로 등장해 한때 클럽에서 유행했던 제시 마타도르의 히트곡 ‘붐바(Bomba)’의 ‘붐바스틱~’ 멜로디에 맞춰 현란한 몸동작을 선보인다. 영화 ‘검사외전’에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한 장면이다. 얼마 뒤면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이같은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로고송’(logo song)은 그 시대에 인기 있는 대중가요의 가사를 개사해 만드는 경우가 많다. 시대와 상관없더라도 중독성 강한 멜로디라면 로고송으로 사용된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다양한 로고송을 선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예능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의 대표곡 ‘픽미’(pick me)를 20대 총선 로고송으로 선택했다. 노래 속 후렴구 ‘픽미’는 후보자를 뽑아달라는 지지와 같은 의미다.

새누리당은 또 △ 태진아의 ‘잘살거야’ △김필·곽진언의 ‘뭐라고’ △장윤정의 ‘올래’ △박강수의 ‘다시 힘을 내어라’ △크라잉넛의 ‘오 필승 코리아’ 등을 로고송으로 선정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로고송에 쓴 저작권료로 8000만원이 들어 19대 총선 때보다 5000만원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에서 사용할 로고송 ‘더더더’를 만들었다. 더더더는 “더불어 더불어 민주당 국민과 더불어/ 기쁨도 슬픔도 함께 더민주/ 더불어 더불어 민주당 국민과 더불어/ 희망을 꿈꿔요. 함께 더민주” 등 단순 가사로 만들어진 노래다.

더민주 관계자는 “로고송 ‘더더더’를 김형석 작곡가가 만들었다. 가사는 각 지역구에 맞게 고쳐서 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고송 가격은 선거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지만 일반적으로 저작권료와 제작비까지 합치면 수백만 원 선이다. 여기에 인격권료가 따로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부르는 게 값인 곡도 적지 않다.

국내 선거 로고송의 역사는 1960년 제 4대 대통령 선거 때로 올라간다. 당시 조순형 전 의원의 아버지 조병옥 후보가 타계하자 지지자들은 그를 기리고자 영화 ‘유정천리’의 주제가를 개사해 불렀다.

홍보 수단으로서의 로고송은 1987년 제 13대 대통령 선거 때부터였다. ‘보통 사람’ 이미지를 강조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애창곡 ‘베사메무초’를 선거에 사용했다. ‘군정 종식 김영삼, 민주 통일 김영삼’이라는 가사를 담은 ‘군정종식가’로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부독재의 종식을 알렸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김대중이 나갑니다. 따르르르릉∼’. 김대중 전 대통령은 동요 ‘자전거’를 개사해 로고송을 만들었다.

로고송이 선거운동 필수 홍보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건 1997년 제 15대 대통령 선거 때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을 로고송으로 택했고 히트를 쳤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가수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를 ‘대통령은 아무나 하나’로 개사해 선거운동을 펼쳤지만 고배를 마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제 16대 대통령 선거 때 로고송 효과를 톡톡히 봤다. 노 전 대통령은 윤도현 밴드의 ‘오 필승 코리아’와 가수 한명숙의 ‘노란샤쓰의 사나이’, 가수 양희은의 ‘상록수’를 로고송으로 선보였다. ‘국민이 대통령입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트로트가 대세였다. 가수 장윤정의 ‘어머나’가 불을 지폈다.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빠’ 등도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현빈의 ‘오빠만 믿어’를 ‘명박만 믿어’로 개사했다.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각각 박현빈의 ‘곤드레만드레’ ‘빠라빠빠’를 준비했다. 트로트 열기가 폭발하면서 박현빈은 1000여 곡이 넘는 로고송을 녹음해 국내 최다 로고송 가수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트로트 열풍은 2012년 선거판에서도 이어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박현빈의 ‘앗뜨거’, 송대관의 ‘유행가’, 현숙의 ‘춤추는 탬버린’에 이어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 빅뱅의 ‘붉은 노을’ 등 총 17곡을 로고송으로 썼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때 트로트 10곡, 댄스곡 7곡, 발라드 4곡, 7080세대 노래 4곡을 선정해 총 25곡의 로고송을 선보였다. 포미닛, 카라, 시크릿 등 걸그룹과 밴드 씨엔블루 등 화려한 댄스곡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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