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열광 이유? 헬조선과 7포 세대라고! [배국남의 눈]

입력 2016-03-22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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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후예'의 판타지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현실도피 욕구를 충족시키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KBS제공)
▲'태양의 후예'의 판타지가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현실도피 욕구를 충족시키주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KBS제공)
“내 드라마에 판타지가 많다는 말이 있다. ‘태양의 후예’는 내가 쓴 최고의 판타지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담고 있는 주제나 소재가 재난, 총을 든 군인, 메스를 든 의사 등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자기 일을 사명감 있게 열심히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누구나 그래야 하는 걸 알지만 누구나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이들의 행보가 최고의 판타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KBS 수목 미니시리즈 ‘태양의 후예’의 김은숙 작가가 제작발표회 때 한 이야기다.

“공감되는 판타지다. 군인과 의사의 사랑을 신선하게 느끼고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다.” ‘태양의 후예’ 신드롬의 주역 남자 주연 송중기가 최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작가와 주연은 ‘태양의 후예’가 판타지 성격이 있다고 했다. ‘태양의 후예’는 판타지다. ‘태양의 후예’의 판타지가 바로 열광적인 인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드라마적 완성도와 주연들의 외모와 연기 등 인기 요인이 다양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그려내는 판타지가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문학비평용어사전에 따르면 판타지는 허구적인 구성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소망들이 성취되는 장소이자 양식을 말한다. 영화 이론가 수잔 헤이워드는 ‘영화사전’에서 판타지는 우리 무의식의 표현으로 우리가 억압하는 영역 즉 무의식의 영영과 꿈의 세계를 반영한다고 했다. 즉 판타지란 실재하지 않지만 우리의 꿈과 무의식속에 그럴듯하게 자리 잡고 있는 세계다.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진정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들과 의사들을 통해 진정한 삶의 가치와 의미를 보여준다는 휴먼 멜로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태양의 후예’에서 시청자에게 소구하는 판타지는 무엇일까.

강한 남성성과 여성에 대한 배려, 부드러운 감성 그리고 올바른 세계관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와 뛰어난 실력과 휴머니즘적 인간애를 보여주는 의사 강모연(송혜교 분), 사령관 딸로 군의관으로 활약하면서 계급을 뛰어넘어 남자 부하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윤명주 중위(김지원 분)와 올바른 군인관을 견지하며 우직하게 한 여자를 사랑하는 서대영 상사(진구 분)등 등장인물부터 유시진과 강모연이 만들어가는 사랑과 성공 등 내러티브까지 판타지로 점철돼 있다.

김은숙 작가의 놀라운 능력이자 인기의 비결인 판타지를 일상성으로 잘 포장해 그럴듯하게 느끼게 만드는 극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태양의 후예’에 빠지고 있다. 물론 송중기의 표현처럼 공감되는 판타지로 여기는 사람도 많다.

‘태양의 후예’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악화하는 경기침체, 부모의 재산이 가장 강력한 스펙이자 경쟁력인 현실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태양의 후예’에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지칭하는 헬조선의 암담함과 취업, 결혼, 출산을 3포에서 갈수록 포기의 숫자가 많아지는 N포 세대의 어두움은 전혀 없다. 정반대의 판타지만이 횡행할 뿐이다.

헬조선과 7포세대의 고달픈 현실을 잠시라도 판타지에 빠져 잊고 싶은 사람들이 ‘태양의 후예’에 눈길을 주는지 모른다. 판타지에 빠져 있는 순간만큼은 팍팍한 현실을 잊을 수 있으니까. 판타지 그 자체인 ‘태양의 후예’는 시청자에게 대리만족과 현실도피를 극대화시켜주고 있다.

‘태양의 후예’의 폭발적 인기는 어쩌면 헬조선과 7포 세대의 고달픈 현실의 반영도 한몫하고 있어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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