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관전포인트] 권력기관 출신 모시기… 경영 견제보다 ‘방패막이’ 포석

입력 2016-03-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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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 자격논란

지난 11일과 18일 이른바 ‘슈퍼 주총데이’가 열렸다. 11일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를 비롯한 54개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18일에는 SK와 한진, 효성 등 상장사를 포함한 333개사의 주총이 일제히 열렸다. 오는 25일에는 두산과 롯데, 한화 등 총 819개사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올해 주총에서도 자격 논란이 있는 후보들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은 여전히 되풀이됐다. 관직과 권력기관의 고위층과 내부 출신 사외이사들의 선임은 여전했다.

사외이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견제다. 사외이사 개개인의 전문성과 독립성, 다양성은 사외이사진 전체의 영향력과 더해져 경영진의 독선을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올해 사외이사의 선임이 비판과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망각한 채 기업의 방패막이가 됐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 선임은 역시나 = 지난 11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전자표결이 열렸다. 일부 주주가 전 검찰총장 출신인 송광수씨와 전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박재완씨의 사외이사 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한 주주는 송 후보가 경쟁사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김앤장 법무법인 소속이란 점을 지적했다. 결국, 삼성전자의 전자표결이 진행돼 약 9200만주의 찬성과 580만주의 반대로 안건은 통과됐다.

일부 주주들의 반대에도 기업들이 권력기관 출신의 힘있는 사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이유가 뭘까? 풍부한 인맥과 경험을 통해 기업에 유리한 정책 입안에 영향을 미치는데다, 정부기관 동향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고,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공서열이 철저한 사법기관과 기획재정부 출신은 퇴직 후에도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사외이사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관직과 권력기관에서 수장을 맡았던 사외이사가 발휘하는 영향력은 꽤 크다”며 “정부의 정책과 정치권의 동향을 파악하려면 영향력이 큰 고위 관료 출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10대와 30대 그룹 주주총회에 상정된 전체 사외이사 후보 중 권력기관(사법, 감독, 장·차관 등) 출신 비중은 각각 48.9%, 44.6%에 이른다”며 “이는 사외이사 본연의 업무보다는 각 그룹의 대관업무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내부출신 사외이사 ‘낙하산’… 쓴소리 가능할까? = 오랫동안 회사에 몸담은 내부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부 출신 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지배주주나 경영진에 ‘쓴소리’가 어렵다는 우려도 따른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8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옥섭 바이오랜드 부회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사외이사는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 화장품생활연구소 수석연구원 출신이다. 지난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부사장인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장을 지냈다.

사실 내부 출신 인사임에도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데 법적인 제약은 없다. 상법 542조 8에 따르면 퇴임 후 2년이 넘으면 사외이사 선임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모레퍼시픽을 떠난 지 2년이 지나 사외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사외이사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경영진과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맡은 사외이사는 객관성과 독립성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는 최대한 독립적인 인사의 선임이 권고된다. 내부 출신 인사는 독립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계열사 출신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2년 법률상 냉각기간이 너무 짧은 문제가 있다”며 “계열사 임원 출신은 독립성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률대리인 출신 변호사도 사외이사로 = 자사의 법률대리인 출신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를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독립성에 대한 적절성 논란도 따른다.

지난 11일 현대모비스는 이승호 법무법인 율촌 고문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율촌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 현대글로비스 등 현대차 계열사의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바 있다. 이 사외이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계열사의 해외 자회사 지급보증 수수료 관련 국세청의 법인세 추징에 대해 국세청을 상대로 조세심판과 행정소송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칼은 지난 18일 조현덕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조씨는 지난 2013년 김앤장 법무법인 변호사로 대한항공을 인적분할해 한진칼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자문 용역을 맡았다.

같은날 LG화학은 안영호 김앤장 법무법인 고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재 김앤장 법무법인은 LG화학의 법률대리를 맡아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최근 3년 내 해당 회사 및 회사의 최대주주와 자문계약 및 법률 대리를 수행하는 경우 해당 회사의 피용인에 대해서 독립성 결여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 해당 기업의 법률대리인 출신 사외이사의 ‘러시’는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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