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꽃보다 ‘청춘’

입력 2016-03-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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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2월은 꽃 소비가 가장 왕성한 달이다. 졸업시즌인 데다 승진이나 전보 인사도 많고, 봄철을 앞두고 이사가 많아서다. 봄을 맞아 집, 정원, 사무실, 학교 등을 화사하게 꾸미려는 사람들도 꽃을 찾는다. 그러나 봄이 다가왔는데도 꽃 종사자들의 푸념이 이어진다. 화훼산업이 해마다 경쟁력을 잃어가고 꽃시장 경기가 예년 같지 않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화훼 소비도 영향을 받아 침체되고 있다. 우리나라 화훼산업 규모는 10년 전인 2005년 1조 원 규모에서 최근에는 7000억 원대로 감소했다. 2010년 1억 달러를 넘어섰던 화훼 수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수출국인 일본의 엔저 영향도 있고, 중국에 대한 심비디움 수출도 줄어들었다. 전국의 화원 수는 2013년 기준으로 1만6000여 개소인데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다. 시설 노후화, 농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증가, 해외 로열티 등으로 화훼농가의 어려움이 늘어난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화훼소비액은 1만5000원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선진국의 꽃 소비에 비하면 너무 적다. 화훼 소비도 대부분 경조사 위주다. 가정, 사무실, 환경 조성 등 일상생활 속 화훼 소비가 극히 부진하다. 꽃 소비 촉진과 화훼산업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화훼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양재동 aT센터 지하에서 청년들이 직접 꽃가게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꽃가게 창업부터 판매, 유통, 마케팅 등 모든 과정을 스스로 체험하는 것이다. 힐링꽃 카페, 친환경 꽃가게, 꽃말 테마상점 등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기존의 꽃집과는 차별화된 신개념 사업모델을 추진하는 것이다. aT는 창업공간을 제공해주고 기본 시설을 설치해 초기 자금 부담을 완화해준다. 초보 창업자를 위한 전문가 멘토링과 창업교육 등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화훼분야 청년 창업가들의 성공 스토리를 정착시켜 다른 농수산식품 분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농업 분야에 무슨 창업 아이템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겠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농업의 발전과 성장가능성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전통적인 ‘먹는 농업’ 시대에는 농식품분야의 창업 소재가 많지 않았다. 최근 농업은 ‘보는 농업’인 관광농업과 치유농업, 기능성 농업 등 새로운 분야로 확대된다. 최첨단 과학과 기술이 접목되어 고소득 작물을 만들어 내는 산업이 농업이다. aT가 2년 전 국내외 최초로 도입한 춘란시장 경매제도가 좋은 예다. 음성적으로 거래되던 춘란을 공개시장에서 경매제도로 정착시킨 결과, 연간 경매실적이 총 38억 원에 달했고, 2500억 원 규모의 춘란시장이 1조 원 규모로 확대되었다. 춘란 종사자들의 소득이 높아졌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도시 은퇴자의 노후산업도 발굴된 것이다. 작년에 열린 1주년 기념경매에서는 최고 낙찰가인 1억2000만 원짜리 춘란이 탄생했다. 한국 춘란을 보기 위해 중국, 일본, 대만의 바이어들이 aT화훼공판장을 찾기도 했다.

선진국 지도자들이 농업을 ‘미래를 여는 열쇠’나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이라고 한 것은 농업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보고 한 말이다. 화훼산업도 경제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필자는 농림부 사무관 시절 네덜란드 알스미어(Aalsmeer) 화훼시장을 방문하고 크게 놀랐다. 자동화 시설, 현대화된 거래,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엄청난 꽃 거래량를 보며 우리 화훼산업의 방향에 대해 고민했다.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 알스미어가 세계 제일의 ‘명품 꽃시장’으로 변모하여 세계 화훼산업의 수도가 되었다. 연간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화훼 거래, 교육, 연구, 관광을 위해 알스미어를 방문한다.

화훼분야의 창업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다. 꽃 소비를 확대하려면 식품, 외식, 관광, 체험, 의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하는 새로운 화훼산업 모델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세계 최대 온라인 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도 젊은 시절 열정과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도전정신이 침체된 우리 화훼산업에 새로운 꽃을 피울 것이다. ‘꽃보다 청춘’들에게 희망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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