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 이야기] 가족, 늘 물 주고 가꿔야 할 나무

입력 2016-02-18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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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국민 3700여 만 명이 대이동을 했다는 설 연휴가 지났다. 선물 보따리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의 부모님을 찾는 행렬이 고속도로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가 하면 자식들을 눈이 빠져라 기다리는 부모님들의 기다림도 여전했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이기만 하면 늘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사소한 말다툼이 폭력을 휘두르는 싸움으로 번져 경찰이 출동해서야 가까스로 수습이 되는 경우도 있다. 명절이 지나고 나면 상담 건수가 늘고 이혼이 증가한다는 통계는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가족이란 과연 무엇일까? 강의를 할 때 자주 질문을 하곤 하는데 “가족은 온돌이다, 가족은 다리미다, 가족은 영원한 내 편이다” 같은 긍정적인 대답이 많다. 온돌처럼 따뜻하고 다리미처럼 주름을 펴주며 조건 없이 베푸는 사람이 가족이라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 간의 폭력과 학대, 살인 등 끔찍한 사건도 적지 않다. 친구가 정 마음에 안 들면 헤어지면 되고 직장 상사가 사사건건 괴롭히면 회사를 그만둘 수 있다. 하지만 부부는 이혼으로 갈라서기 전까진 한 지붕 밑에서 함께 살아야 하는 사이이다. 부모 자식은 어느 한쪽이 세상을 떠나지 않으면 평생 가는 관계이다. 그리고 형제자매는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가장 긴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가족은 이처럼 특별한 인연으로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가족 중에 누군가가 불행하면 나 역시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가족이 대단히 동질적인 집단 같지만 조부모와 손주처럼 세대차가 크고 성별도 달라 이질적인 집단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혈연관계도 아닌 사위나 며느리는 서로가 적응하는 데 긴 세월이 걸린다.

가족 사이에도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정치가 있으며 경제적 불평등도 있고 남녀 차별도 있다. 가족 간에도 경쟁과 시기, 질투가 심하다. 조건 없이 베풀며 사랑하는 사이이기도 하지만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일 때도 많다. 가족 간의 친밀함 속에는 사랑과 미움이 묘하게 얽혀 있다. 가족이 나의 희망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가족으로부터 더 심한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처럼 가족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정을 따뜻한 보금자리, 영원한 안식처라고들 하지만 외부로부터 불어오는 비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는 가정도 많다. 오히려 가족끼리 원수처럼 서로 헐뜯고 비난하는 지옥 같은 가정도 있다.

그래서 그런 ‘집구석’을 벗어나기 위해 가출하거나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부모니까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희생하고 헌신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자식을 버리는 부모도 있다. 자녀를 학대하고 살해하는 부모들의 기사가 연일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부모를 구박하고 학대하는 자식도 많다.

이제는 가족에 대한 지나친 기대, 비현실적인 기대를 버려야 한다. 가족에 대한 환상, 신화에서 벗어나 가족의 양면성을 객관적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 세상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면 가족도 변하고 가족관계도 변화한다. 지금 별 문제가 없다고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우리 가족이 행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가족 간에 별 문제가 없을 때 우리 가족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지금 열심히 물주고 거름 주고 가꿔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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