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도박 파문] 공 대신 칩… 위태로운 그라운드

입력 2015-10-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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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려도 벌금만 내면 되지’ 솜방망이 처분에 경각심 없어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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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야구로 후끈 달아오른 그라운드가 도박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해외 원정 도박 파문 때문이다. 이들은 폭력 조직과 연계된 마카오의 도박장에서 수십억원대 도박판을 벌인 혐의를 받아 한국 스포츠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팀의 사기와 한국시리즈 악영향을 우려한 삼성 구단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 사건 발생 5일 만에 공식 사과하고, 한국시리즈 출전자 명단에서 이들을 제외시켰다.

문제는 한국 스포츠에서 도박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선수뿐 아니라 감독까지 도박판에 뛰어들어 승부 조작에 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자신의 경기에까지 베팅을 거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한국 스포츠를 좀먹고 있는 불법 도박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린 채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스포츠에서 도박 파문은 왜 끊이지 않는 걸까.

가장 큰 문제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검찰은 지난 23일 현 한국프로농구(KBL) 선수 13명 중 3명을 승부 조작과 불법 스포츠 베팅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10명은 불기소 처분하기로 했다. 그러나 KBL은 대상 선수들의 징계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구단과의 이해관계와 여론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꼴이다. 지난 2008년 프로야구 선수들의 불법 인터넷 도박 물의를 일으킨 선수는 총 16명에 달했다. 하지만 삼성 선수 한 명만이 5경기 출전 정지에 벌금 200만원을 내는 것으로 사건이 일단락됐다. 결국 불법 도박 선수들에 대한 징계가 솜방망이다 보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한국 스포츠의 오랜 관행과 구조도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어릴 적부터 학업과 담을 쌓으며 운동에만 전념한다. 일반적인 학생들과는 환경부터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교실 대신 합숙소에서 상하 복종 교육을 받는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계처럼 운동하지만 여가시간도 자유롭지 못하다.

프로선수가 돼서도 특별히 달라지는 게 없다. 지난해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원정 경기에서 선수들을 CCTV로 감시해 큰 파문이 일었다. 프로선수조차 인권 유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해외 전지훈련 때도 마찬가지다. 세상과는 격리된 채 기계처럼 훈련만 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는다.

결국 이번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도박 파문은 선수 개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엘리트 스포츠와 승리 지상주의 등 우리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도박 파문을 일으킨 선수들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당 선수들을 엄중하게 징계해 선수들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턴(73)은 19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 인기가 추락하던 시절 커미셔너를 맡았다. NBA의 인기 추락 원인은 선수들의 마약 파문 때문이었다. 이에 스턴은 선수들의 마약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했다. 선수들이 약물 복용을 시인하면 징계 없이 약물 치료를 돕지만 불법 약물 복용이 발각될 경우 리그에서의 제명을 선언했다. 이후 NBA는 물론 미국 스포츠에서 마약 문제는 더 이상 대두되지 않았다.

체육계 풍토 변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체육계의 문제점은 불법 도박 파문만이 아니다. 승부 조작과 편파 판정, 폭력,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파벌주의 등 끊임없이 문제점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 스포츠는 1945년 광복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를 굳혔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각종 비리와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다. 스포츠 강국이 아닌 스포츠 선진국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성숙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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